어둠이 스며든 도시의 골목을 걸을 때마다, 나는 벽돌담에 비친 내 그림자의 크기를 재곤 했다. 언제나 한 뼘 정도 부족한 윤곽. 내 키보다 작은 그림자는 왠지 모를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은, 밤의 공기처럼 차가웠고, 나는 그 시선들이 닿지 않도록 어깨를 웅크려야만 했다. 익숙함이 빚어낸 일상의 무늬였다.
며칠 전, 창밖으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 손에 쥐어진 유리잔이 너무 쉽게 깨질 수 있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바닥에 던져버린다면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 투명한 연약함. 그 깨짐이 남기는 날카로운 조각은 치명적이지만, 아무도 그 유리가 처음부터 왜 그렇게 쉽게 부서지도록 만들어졌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파편을 치우는 데 급급할 뿐.
뉴스에서는 연일 이름 모를 이들의 부고(訃告)가 흘러나왔다. 그 이름들은 모두 짧은 탄식처럼 공중에 흩어졌고, 나는 그들을 알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들이 겪은 마지막 순간의 냉기를 공유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견고해 보이는 땅 아래에는, 끊임없이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균열 속으로 매일 작은 존재들이 소리 없이 빨려 들어간다는 것을.
나의 안간힘은 단지 젖은 땅에 찍힌 발자국처럼, 이내 사라져버릴 덧없는 흔적에 불과한 것?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에 갇혀, 나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채로, 다만 이 세계의 취약성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내일 아침, 내가 여전히 온전한 모양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