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옷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 영상을 아시는지.
모델 배정남씨가 ‘기쁨 라사’ 사장이 되어
남자들의 패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프로다.
남성 패션이 주제인데도 재밌어서 보게 된다.
기쁨 라사 사장님의
세련된 패피 외모에 억센 사투리는
정말이지 독보적이다.
진짜 가게 운영이 아닌 촬영일뿐인데
본인이 새벽까지 옷을 고르고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꺼내 입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스카프 리폼, 작은 소품 구입까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이다.
‘이 사람, 본인이 좋아서 하는구나. 진심이야.’
단지 옷 잘 입는 연예인이
일반인에게 옷을 코디해 주면서
재밌는 말 몇 마디 던지는 시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스타일을 바꿔주고
그래서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그의 진심이 보인다.
“38과 39는 정말 차이가 크거든요.
허리 1인치만 줄이면, 코디할 수 있는 옷이 아주 많아져요.
그러니까 1인치만 줄입시다.”
덩치가 너무 커서 맞는 바지가 별로 없는 사회초년생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모습은
삼촌과 조카 같은 살가움 마저 느껴진다.
초면인 손님이 오든
친한 연예인이 방문하든
누구에게나 대하는 모습이 동일한 사람.
때로는 굴곡 많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련함으로
상대방의 기분과 변화를 기막히게 맞추는 안목도 있다.
그게 바로 이 사람이 가진 매력이지 싶다.
다른 프로에서 어릴 적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고 한 걸 들은 기억이 난다.
모델이 되기엔 키가 작아서 거절도 숱하게 받았겠지.
조개가 진주를 만들기 위해 아픔을 견디듯
이 사람은 결점과 상처를 잘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만의 단단한 아우라로 완성한 듯하다.
제작진이 그에게 물었다.
"가게 이름 뭐라고 할 거예요?"
"나는 우리 가게에 온 손님들이 준비한 옷을 입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게명은
손님이 기뻐하는 옷가게라는 의미로 "기쁨 라사"가 된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올라온 19개의 영상을 정주행 해버렸다.
좀체 그런 일이 없는데
나는 이 영상을 그토록 열심히 본 걸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배정남씨의 태도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옷 잘 입는 연예인은 많다.
재밌고 입담 좋은 연예인은 더 많을 테고.
옷에 대해 진심인 연예인은 더더 많을 거다.
하지만, 그처럼 자신만의 패션 색깔이 확고하면서도
타인을 옷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없다면 말이다.
나는 이게 그의 '선량한 태도' 때문이라 생각한다.
본래 갖고 있는 게 선한 사람.
그래서 자신만 튀고 잘 되길 바라는 게 아닌
타인도 함께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
이런 사람들의 영향력이 방송가에 더 커졌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