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만 보고 너를 봐”
짧은 생각을 짧은 글쓰기로
실천 22일째인 오늘은 10월 23일에 본 영화 이야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90년대 서울 삼진그룹 대기업 여직원들의 실화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급 결성된 영화번개로 금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들른 영화관은 이래도 되나 싶게 한산하다.
삼진그룹의 여직원 세명이 중심이긴 하지만
주변 인물들 이야기도 재미있다.
감동적이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요즘 기록하는 삶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에서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등장한
‘동수 수첩’이 눈에 들어온다.
매사 흐릿한 동수도 노트 덕에 한 건 (?) 한다.
(노트의 중요성 여기서도 발견. ;D )
주인공 유나가 자신을 괴롭히던 마케팅 부서 여 대리에게 날린 마지막 대사는 사이다 같음.
“나 그만보고 너를 봐.”
생산관리 3부의 이자영이 된장 냄새나는 발음으로 “ 위. 아. 그레이트.(we are great.)”라는 대사는 사랑스럽다.
차별과 관습에 맞서는 모습이 미국 영화 히든 피겨스를 생각나게 한다. 여성의 역할을 성적 대상이나 자신들끼리 파이 싸움 벌이는 치졸한 군상들로 다루지 않은 점도 신선하다.
개인적으론 회계부 봉부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직원에게는 자상한 아빠 같고
상사에게는 충성스러운 부장인데,
그의 마음속은 고뇌와 괴로움으로 가득하다.
(영화 스포가 될까 봐 더는 못 적지만) 아무튼.
그를 보면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생각났다.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은 아돌프 아이히만.
그의 재판을 참관한 한나 아렌트가 적은
이 책의 부제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것.
전범이면서 평범한 가장이었던 아이히만과
봉부장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하지만 봉부장이 아이히만이 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점.
(깨어있지 않으면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
하드웨어(삼진그룹)를 바꾸지 않고도 소프트웨어(사람의 마음)를 바꿀 때 개혁은 일어난다.
95년 이십 대들의 이야기였으니 지금쯤 이들은 오십 대 중년이 됐겠지. 이들의 작지만 방향이 확실한 움직임에 고마운 맘이 든다. 진리에 대해 갈급해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기. 영화에서 또또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