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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Aug 21. 2019

아프리카 사막에 매혹되는 나

아프리카의 심장, 보츠와나 칼라하리 사막 

보츠와나가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내 시야에 들어오는 사방팔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한국과 레소토의 풍경이 내게는 참으로 익숙했다.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환경에 있으면 맑고 힘찬 기운과 동시에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락하고 포근한 기분을 느끼고는 했었다. 이런 산을 볼 수 없는 보츠와나는 어떨까 궁금했다. 


아프리카 남부지역, 칼라하리 사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보츠와나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조지대이다. 과연, 내게 익숙한 산이 없고 칼라하리 사막이 국토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보츠와나가 전해주는 풍경은 왠지 낯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그보다 더 광활한 자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수평선을 바라보며 펼쳐진 드넓은 보츠와나의 초원을 따라다니다 보면, 이 광활한 땅에서 전해지는 깊은 자연의 힘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아프리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보츠와나는 세계 최대의 코끼리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사자, 치타, 얼룩말, 기린, 하마 등 놀랄만한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야생동물 보호가 굉장히 잘 이루어진 곳이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사파리는 케냐의 마사이마라나 탄자니아의 세렝기티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놀랍게도 보츠와나에도 그에 못지않은 사파리가 있었다. 영국의 왕자, 해리가 지금의 부인 메건을 만났을 때 프러포즈 후 보츠와나로 사파리 여행을 떠나온 사실을 보면 이곳의 놀라운 매력이 조금은 느껴질 것이다.


야생동물이 보여주는 위대한 자연 못지않게 이곳에서 발견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은 아프리카 원시부족, 부시맨이 아직 살고 있었다. 부시맨은 80년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족이었다. 아직까지 아프리카에 부시맨이 살고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한 사실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제성장력이 안정되고 발전된 나라, 보츠와나에서 부시맨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모든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한 순간, 이곳의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몇 배의 감동으로 전해졌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 동물이 그 옛날 모두가 하나의 삶을 이어나갔을 것을, 지금의 우리 인간의 삶에서 서로가 점점 더 분리되는 사회를 생각해 보며 보츠와나의 초록 대자연이 더욱 살아있음을 느껴본다.
 

Okavango Delta @Juyapics, 2017


아프리카 사막에 매혹되는 나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 

반드시 다시 한번 더 야생으로 돌아가 동물들을 보고 싶어 졌다.

이웃국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근사한 해변도, 화려한 도시도, 

나의 마지막 휴가 장소로 선택되기에 

내게는 보츠와나 야생의 자연이 더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파리를 떠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동물원에서처럼 웅장하고 기대되는 동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칼라하리 사막의 햇볕을 내리쬐며 

거세로 매섭게 불어오는 지프차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무수히 반복되는 초록과 갈색의 나무와 수풀들을 몇 시간이고 지나쳐야 한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강한 햇볕 아래, 눈을 찌르는 바람 속을 뚫으며 

나도 모르게 광활한 자연의 반복되는 지루함과 무료함을 느끼고 

나오지도 않는 동물들에 실망하며 깜빡 잠에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자연은 참으로 놀라운 법이다.

하염없이 그 무료한 길을 달리다 보면 

웅장한 거대 자연 속에 그보다 더 거대한 존재의 동물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전부인 아프리카 대자연 속에서 

잠시 우리의 시끄러운 차 시동소리를 멈추고 

우리 인간의 쓸데없는 말소리도 숨죽여 본다.


내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자연 앞에서 시야를 더 크게 확보하고

그 바람을 타고 지나가는 자연의 싱그러운 냄새를 더 크게 맡아보고

조금 더 숨죽이며 다가오는 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 본다.


그러면

나무 꼭대기의 잎을 뜯어먹는 우아한 기린의 얼굴이 빼 꼼이 보이기 시작하고

맹수들의 먹이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최대한 많은 무리의 떼를 지어 다니는 아름다운 자태의 얼룩말들과 사슴들이 나타나고

고요한 낮 그늘 아래 조용히 잎을 따먹는 코끼리 떼가 숨어 있고

내 새끼, 내 가족을 챙기며 여기저기 사방을 둘러보며 

재빨리 움직이는 타조 가족이 나타나고

때론 수많은 무리로 혹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코뿔소, 하마가 그늘 사이 숨어있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법칙. 


내가 원하는 만큼의 먹이를 먹기 위해 

나의 생존을 위해

괜한 욕심보다는 필요한 것만 얻으려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함께 있음에 그 생존을 지켜나갈 수 있음에 

아름다운 공존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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