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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Jul 10. 2019

공정하고 투명한 나라, 보츠와나

보츠와나에서 일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들

보츠와나에서 일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들


내가 원하는 말과 소식을 전달할 때는 반드시 그것을 공식화된 문서로 남길 것.


물론 한국이든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할 때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무원이 일하는 환경에서는 정부기관의 공문화가 규격화되어 있고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이당연한 임무로 받아들여지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때론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식 문서의 많은 활용에 놀라곤 했다. 같은 오피스 공간에서 일을 하는 동료간에도 직접 얼굴을 보며 업무를 공유할 수 있음에도, 워크숍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우선 전화로 그 예약 여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회의에 초대하는 글을 작성하는 데도 간편한 이메일이나 메시지보다는 모든 것이 공문서로 전달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내게 나의 동료이자 상사가 옆에서 조언을 남겨주었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준비하고 시작단계에서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고 일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을지라도, 그것이 아쉽게 마지막에 실패로 남을 때, 나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만 한다.”



때론 불친절하고 무섭지만, 

부정부패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의 확실함


보츠와나에서 일하는 동안 주말에 잠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수도 가보로네 (Gaborone)에서 약 400km가 떨어진 스로웨 (Serowe) 지역까지 여행하는 길, 도로에서 2번을 경찰 단속에 걸리게 되었다. 처음은 과속이었다. 일반 고속도로를 달리다 중간중간 작은 마을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상상하지도 못한 야생동물들이 곳곳에서 침입하는 광경도 있기에, 이곳의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에는 여러 차례 바뀌는 속도 표지판을 주시해야만 했다. 40km를 가다가 120km로 바뀌었다가 어느 순간 60km가 나오고 40km로 수십 차례 그 변화를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수시로 바뀌는 표지판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과속에 걸린 것이었다. 


Botswana @Juyapics, 2017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흰색 중앙선이 흐릿하여 그만 중앙선 침입을 하게 되었다. 바로 뒤에서 경찰이 쫓아왔고 이제 신경전이 시작되리라 생각되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나는 나름 아프리카에서 6년 이상을 살았기에 이런 상황쯤은 쉽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창문을 열고 다가 온 경찰관들에게 현지어 (세츠와나, Setswana) 를 사용하여 부탁을 해 보았다. 중앙선이 흐릿해서 보이질 않았고 이곳 보츠와나에 삶이 익숙지 않아 아직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말해보았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경찰관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본인은 보츠와나 국가 경찰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할 뿐이라고 한다. 바로 10만원의 벌금 티켓이 준비가 되었다.


모든 것이 기계로 인해 정확하게 판단이 되는 우리의 한국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연히 피할 수 없는 벌금 행이지만 이곳이 아프리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잠시 착각 했었던 것이다. 경찰이 다가와도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동안 레소토와 남아공에서는 주머니에 일, 이 만원 정도 손에 쥐어주거나 여자의 경우 온갖 애교를 부리며 순간의 실수와 잘못을 쉽게 덮는 경우를 종종 봤었는데 이곳 보츠와나에서는 그 아무것도 통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경찰공무원을 보면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일과 책임을 다할 뿐이고 이것을 따르고 지키고 싶지 않다면, 우리 보츠와나는 당신을 반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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