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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Jul 10. 2019

아프리카의 모델국가, 보츠와나로 가다.

보츠와나 중앙정부 공무원 신분으로 일을 하게 되다.

보츠와나 중앙정부 공무원 신분으로 일을 하게 되다


레소토에서의 약 6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웃국가, 보츠와나에서 또 다른 1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보츠와나 정부 교육부 내 공무원 신분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사업 파트너인 보츠와나 국가위원회가 중앙정부 교육부 내 하나의 부서로 속해 있었고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나 역시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


Ministry of Education in Botswana @Juyapics 2017


남부아프리카의 심장,

다이아몬드 수출국,

부정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

아프리카 대륙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안정된 나라,

야생동물의 왕국,

정부의 지원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은 곳,

조직과 체계가 잘 갖춰진 곳.


보츠와나로 떠나기 전 여러 경로를 통해 새로운 국가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하였고 위와 같은 자료를 많이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지내온 레소토와 다른 점들이 많아 보였다. 그렇게 보츠와나에 대한 새로운 환상과 이미지를 꿈꾸며 레소토에서 차로 약 10시간을 이동하여 도착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이미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룬 곳이기에 새로운 곳에서 일어날 괜한 걱정과 우려는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괜한 기대는 더 큰 실망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도착 후, 약 2주동안은 도심 중간에 위치한 4성급 호텔에 편히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였다. 교육부 직원들의 도움으로 여러 곳을 방문하였지만 내 마음이 내키는 집을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기에 나 혼자서 부동산을 직접 방문하여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통해 적당한 가격과 위치에 있는 집을 발견하였고 그곳을 직접 찾게 되었다. 


처음 집을 확인하러 갈 당시, 젊은 남자 2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수리가 완성되지 않은 집 내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공사가 끝나는 동시에 모든 필요한 가구를 구비해 준다는 조건 하에 그 집을 선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며칠 후, 주인의 요청에 따라 저녁 6시가 넘어 모든 짐을 들고 이사를 진행하였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두운 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만난 남성 2명은 없고 처음 보는 여성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 내부수리는 아직 미완성이었고 약속한 소파, 침대, 냉장고 등 가구들은 하나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에 주인이라고 소개하는 여성분에게 상황 설명을 부탁하였고 이대로 이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을 정중히 전달하였다. 그러자 여성분은 오히려 내게 화를 내며, 본인이 집 주인이며 그런 약속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내가 이사 오는 날짜에 맞춰 공사를 끝내느라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간 것을 강조하며 당장 월세를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말투와 억양에서 보츠와나 출신이 아닌 것을 알아챘고 그녀는 케냐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나는 같은 외국인으로서 타국에 나와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본인도 겪지 않았냐고 물어보며 상황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 보았다. 하지만 나의 부탁이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며 결국 우리는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20대의 어려 보이는 동양 여자애가 혼자 집을 구하는 모습에 어떻게든 사기를 칠 수 있을 것이라는 뻔뻔한 거짓된 행동을 하는 것을보며,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를 당하는 외국인이 없기를 바랬다. 그러면서 나 또한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집 주인은 결국 경찰을 부르게 되었다. 바로 주거무단침입죄로 내가 고소당하게 된 것이었다.


보츠와나에 와서 1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경찰서에 피의자로 입건하게 되었다. 밤 10시가 이미 넘은 시점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여 경찰의 지시 하에 사건진술서를 3장 가까이 있는 그대로 작성하였다. 그리고 보츠와나 교육부 내 우리사업의 파트너이자 상사역할을 해 준 직원 분의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주말 토요일 저녁, 집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녀는 당장 경찰서로 출두해 주었고 약 2시간이 넘는 조사 과정 후, 나는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다. 당시 경찰들도 앞뒤 이야기를 모두 들어본 후, 내게는 각자가 주인이라고 하는 2명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른 조건과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 밖에 없기에 잘못이 없음이 판명되었다. 그리고 나중 알려진 사실은 내가 처음 거래를 진행 한 남성 2명 중 1명은 집주인이라고 하는 여성분의 남편이었고 의도적인 사기를 친 것이 확인 되었다.


오랜 시간 경찰서에서 기다림과 조사과정을 견디고 밤 12시가 넘은 시각 밖을 나오니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외국인이자 혼자 나와 집을 구하는 동양인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억울한 사기를 당해야 한다는 서러움과 서운함이 순간에 새삼스레 복받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교육부 직원 분은 내게 단 한마디의 위로의 말도 나누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눈물을 그친 나에게 그 분은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반드시 명심하거라. 너는 보츠와나 교육부의 공무원으로서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하여 이곳 보츠와나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만약 오늘 너의 행동과 실수로 경찰서에 입건이 된 사실이 나의 상사, 교육부 장관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너는 아마 당장 짐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 지금 막 이곳에 도착했는데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오게 되었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이라는 이유 하나로 오늘 내가 저지른 실수는 용서받지 못하는 것인 가. 다시 모든 짐을 들고 호텔 방으로 돌아 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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