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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Aug 21. 2019

부시맨만을 위한 학교가 있다?

아프리카의 가장 오래된 부족 중 하나, 산(San)족과의 만남

아프리카의 가장 오래된 부족 중 하나, 

부시맨이 살아가는 땅.


부시맨(Bushmen)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영화로 먼저 알려진 아프리카의 종족이다. 사실 부시맨은 ‘수풀(Bush)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서구의 우리들이 지어낸 말로, 이들 전통 부족을 일컫는 산(San) 족, 혹은 보츠와나 현지어 이름인 바 쏴라(Basarwa)라고 불리는 것이 적합하다. 산족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대대로 살아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다.


사실 이러한 산(San) 족이 인류의 조상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왜 이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보츠와나에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이들의 오랜 생존에도 불구하고 현대화된 생활방식을 택하지 않아 아프리카 내에서도 힘을 가진 다수파 부족들에 밀리고 서양인들에게까지 쫓겨 현재는 약 10만 명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여전히 칼라하리 사막 중심으로 유목생활을 하고 있으며 원시 그대로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있었다. 


San community @Juyapics, Botswana 2017


부시맨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다.


내게는 운 좋게도 우리 인류의 조상인 산(San) 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보츠와나에 도착하여 사업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중앙정부 관계자들을 모아 사업 준비를 위한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미 보츠와나 정부는 잘 짜인 조직과 계획 하에, 국가의 교육발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우리가 개입하기로 하였다. 우선 국가의 교육발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문해율’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보츠와나 국가 전체 문해율은 90%가 넘는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 내 10개의 지방자치 중 상당한 높은 문해율을 보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유독 두 지역의 문해율이 현저히 낮았다. 70%를 넘어서지 못하는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왜 이 두 지역만 다른 결과를 보일까 궁금해졌다.


바로 이 두 지역이 산(San) 족이 살아가고 있는 칼라하리 사막 인근 마을이 모인 곳이었다. 우리는 이 2곳을 가장 먼저 교육의 혜택이 필요한 곳으로 선정하고 사업 시작을 위해 마을들을 먼저 방문하기로 하였다. 


수도 가보로네 (Gaborone)를 벗어나 약 700km를 차로 달리고 나면 칼라하리 사막이 시작되는 마을들이 나타났다. 찻길 양쪽으로 우거진 풀들 사이, 어디에 사람이 살아가는 집이 있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지 분간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하얀 모래사막 중간에서 얼마나 길을 잃었는지 모른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을은 놀랍게도 하나의 완벽한 마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바로 보츠와나 정부에서 사막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던 산(San) 족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고 그들에게 교육과 의료시설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의 노력이었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살기에 가장 필요한 기본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그것은 유치원, 초등학교, 클리닉, 지역 의회, 성인문해교실 (지역학습센터) 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기와 수도시설이 전혀 없는 마을일지라도 학교시설 내에는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필요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고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시설들 중, 당시 우리 사업과 가장 연결을 할 수 있는 교육시설들을 우선 방문하기로 하였다.


부시맨만을 위한 학교가 있다?


지난 1997년, 칼라하리 사막을 돌아다니며 유목생활을 하던 산(San) 족들은 보츠와나 정부의 강요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마을로 이주하는 정책을 따라야만 했다.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서식하는 야생의 사막에서 벗어나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리, 특히 국가발전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들을 새로운 이주지로 내몰고 있었다. 칼라하리 사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Central Kalahari Game Reserve – CKGR)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롭게 형성된 마을, 뉴까디(New-Xade)와 카카에(Kacgae)가 우리가 찾은 곳들이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을 내 지역학습센터였다. 공립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왜 굳이 다른 학습센터가 필요하는가라는 궁금증과 함께 당시 우리 사업이 가지고 있던 목표와 비전과 일치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처음 반겨준 이들은 바로 산(San) 족 아이들이었다.


처음으로 직접 만나게 된 원시부족 산(San) 족, 영화에서나 보던 옷도 입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는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나는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실 책상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현대식 옷을 입고 신발도 신고 있었다. 이들은 일반 아프리카 다른 부족에 비해 작은 체구에 아주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오글오글 거리는 곱슬 머리카락과 옅은 황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불쑥 튀어나온 광대뼈에 몽골계 아시아인과 유사한 작은 눈과 작은 코의 형태를 보였다. 왠지 나의 모습과 유사한 얼굴에 괜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한참 초등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나이에 왜 센터에서 따로 수업을 받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아이들은 정부가 지어둔 초등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다른 생김새와 본인들만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보통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일반 학교에서의 차별과 무시로 한창의 예민한 10대의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싫어했고 이들을 위한 정부가 준비한 다른 대책방안이 이곳 지역학습센터였던 것이다. 기초 문해교육부터 기초 산수 교육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예술교육도 준비되어 있었다. 단순한 영어, 세츠와나 (보츠와나 공용어)를 배우는 것보다 본인들의 두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예술활동 (비즈공예, 노래, 전통 춤, 연극)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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