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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ya Sep 08. 2020

우리가 인생에서 잊고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것들

건강, 행복, 평범한 삶

나이에 대한 괜한 서열과 위치를 내세우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들과의 만남을 즐겨왔다. 어찌 되었든 나보다 몇 년을 더 살아본 경험을 통해 내게 늘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살아가면서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남편 덕분에 프랑스에서 사귄 친구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인생의 선배들을 만나는 중이다.


사랑스러운 아이 2명과 20년째 함께 하고 있는 부인에, 그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을 누리고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사교성 깊고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의 그는 새로운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는 타입이다. 그런데 아주 평범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그의 삶에서 전혀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6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아, 우울증이야 요즘의 현대인들에게 많이 처방되는 흔한 병 중 하나일 수 있지만, 6년의 시간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지난 몇 년 동안 무엇이 너를 그렇게 힘들게 해?" 


친구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6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매일의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가 찾아왔고 육체적 고통으로 스트레스는 쌓여갔다고 한다. 회사에서 찾아온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였을까? 아니면 몸의 문제가 생긴 걸까? 질문에 대한 답을 풀지 못한 채 하루하루의 일상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친했던 이탈리아 고향 친구의 4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뇌종양 사망 소식을 접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당장 밤 기차를 타고 친구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늦었고 병에 걸린 친구는 멀리서 온 옛 친구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 구급차로 실려가며 친구의 마지막 죽어가는 모습에 인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친구와의 슬픈 작별 후, 혼자 밀라노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황발작'을 겪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극심한 공포가 밀려들면서 두려움이 밀려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던 중, 취미로 몇 년을 꾸준히 즐겨오던 유도 운동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상대의 무리한 공격에 무릎 양쪽을 모두 부상당하게 되었고 끝내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수술 후, 2달을 넘게 움직이지 못하고 집 거실 소파에서 혼자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아침 일찍 아이들은 학교로 떠나고 아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일로 바빴다. 그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남아있으며 목발을 짚은 채 밥도 챙기고 집안일도 도맡아야만 했다. 양쪽 다리를 모두 쓸 수 없는 상황에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육체적으로 고통이 찾아오자 정신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아내는 집안일이 정돈되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을 보며 실망을 하게 되었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었던 남편은 본인의 고통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내에게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부부 사이의 예상치 못한 갈등은 커져만 갔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내 몸과 정신이 회복되려 하던 차,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탈리아에 계시는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부러뜨리게 되었다. 1년에 한 번 여름휴가를 받아 찾아가는 고향집에서 모처럼의 한 달 휴가의 시간을 어머니 병간호로 보내게 되었다.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이지만 8월의 무더운 여름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집을 오가는 하루하루의 시간이 이어지자 본인도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에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코로나 사태로 한창이던 때, 국경이 봉쇄되고 이탈리아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도 없었다. 장례식은커녕 아버지가 가시는 마지막 과정도 함께 하지 못했다. 집안의 유일한 장남으로서 장례식에 필요한 여러 복잡한 절차를 책임져야 하는 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탈리아 나폴리 여행에서 만난 인형가게 아저씨, @Juyapics, 2020



누구나 삶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려움과 고난이 찾아든다. 그것이 어쩌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금 더 잦은 횟수로 내 인생 곳곳에서 찾아들지도 모른다. 그 순간순간을 잘 이겨내고 극복해 나간다면 가장 좋겠지만 몇 년의 시간에 걸쳐 그 어려운 순간들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이 내게 물밀려 온다면...

아무리 밝고 긍정적인 나라도 이 모든 짐을 이겨내기에 벅찰 때가 있을 것 같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살면서 당연시 여기며 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건강과 행복, 그리고 평범함 (Normality),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 너무나 당연하지만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한 평범하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삶, 이 역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 중 하나이다.

이 3가지의 인생의 필요한 요소들이 오늘 내게 보다 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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