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데렐로 Mar 04. 2021

생선 가시 발라먹기-준자어보(駿子魚譜)

나는 생선 중에서 삼치를 좋아한다. 이유는 가시 때문이다. 삼치는 내가 아는 생선 중에 가시를 발라먹기 제일 쉬운 생선이다. 생선 가시를 발라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걸 귀찮아하면서 뭐가 파먹듯이 생선을 먹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이상하고,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내 방법이 더 좋다는 확신 하에 생선 가시 발라 먹는 방법을 설명해 보겠다. 


본격적으로 가시를 발라먹기에 앞서 몇 가지 전제를 소개해야겠다. 어두일미라지만, 생선 머리 발라먹는 방법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즉, 몸통의 가시를 발라먹는 방법이다. 굽기, 찌기, 조리기 등 생선을 조리하는 방법은 발라먹는 방법과 큰 관계없다.


삼치를 기준으로 한 설명이다.

지느러미가 오른쪽에 오도록 생선을 놓는다. 먼저 가장자리의 지느러미와 지느러미에 붙어있는 작은 가시를 젓가락으로 죽 떼어낸다. 그 다음에는 젓가락으로 생선 한가운데를 머리쪽부터 꼬리 쪽으로 훑어서 오른쪽 살 부분을 떼어낸다. 가시가 없으니까, 그대로 먹으면 된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먹으면 되지만, 머리 가까운 쪽은 내장이 있어서 조금 먹기 힘들다. 살점을 젖혀서 내장을 발라 낸 후, 갈비뼈에 해당하는 중간 가시를 골라내고 먹으면 된다. 


이렇게 한쪽 면의 살을 다 먹으면 중간에 큰 등뼈 가시가 드러난다. 이 가시를 걷어내면 가시 없이 전체를 먹을 수 있다. 내장 부분의 중간 가시 정도는 발라내야 할 수도 있다. 이 방식으로 먹으면 생선은 뒤집어 먹으면 안 되느니 하는 속설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더욱이 가시 걱정 없이 커다란 생선살을 먹는 재미는 ‘파 먹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맛이다. 


가자미도 삼치와 비슷하다. 다만 지느러미와 등뼈가시가 크고 거세다는 차이 정도밖에 없다. 삼치와 가자미는 서로 다른 과에 속하는 생선이지만, 가자미를 언급한 이유는 먹는 방법이 쉽다는 점에서 서로 잘 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자미를 먹을 때의 즐거움 한 가지 추가. 내장 쪽에 커다란 알이 있는 경우가 있다. 콜레스테롤 걱정은 접어두자.


고등어도 삼치와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같은 과에 속하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삼치보다 몸통 안에 잔가시가 조금 많아서 삼치만큼 편하게 먹기는 어렵다. 삼치처럼 편하게 가시를 발라먹을 수 있는 또 다른 생선으로는 명태(동태)가 있다. 


ⓒ pixabay

갈치는 생선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삼치와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만, 근본적인 형태는 마찬가지다. 지느러미 떼고 내장 부분의 중간 가시를 발라내면, 쉽게 살을 먹을 수 있다. 큰 갈치일수록 가시를 발라내기 쉽고 먹을 것도 많다. 과일은 돈맛으로 먹는다고 한 이야기를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꽁치는 전체적인 구조는 삼치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가시가 많게 느껴진다. 내장도 많고, 잔가시들이 많아서 삼치보다는 가시를 바르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가시가 억세지 않아서 이가 좋은 사람은 가운데 등뼈 가시만 제외하면 다른 가시들은 씹어 먹을 수도 있다. 꽁치와 아주 흡사한 생선으로 청어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청어는 몸통 가시가 꽁치보다 훨씬 많고, 가시가 작아서 발라 먹기가 어렵다. 청어는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조금 먹기 힘들다. 


청어에서 잔가시 많은 쪽으로 한 걸음 더 가면 전어가 있다. 전어는 청어과의 물고기라서 당연히 청어와 흡사하다. 하지만 가시가 청어보다도 훨씬 더 많다. 청어도 귀찮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전어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 생선이다. 전어 굽는 냄새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할 만큼 맛이 좋다고 한다. 그 속설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홀대받던 며느리가 다른 생선은 잘 먹지 못하고, 발라먹기 어려운 전어는 그나마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은 아닐까 억지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가 좋으면 다 씹어먹을 수도 있다. 음식점에서 그렇게 먹는 사람을 보고는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꽁치와 청어 중간쯤에 정어리가 있다. 가시가 많기는 하지만, 억세지 않아서 다 씹어먹을 수 있다.


나머지 생선들은 아마도 여기서 언급한 생선들과 대동소이하리라고 생각한다. 속초에 가면 생선구이 식당이 많다. 여러 가지 생선을 모아서 내주는데, 종류를 다 알기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를 알면 발라먹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복잡하게 파먹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의 제목 ‘준자어보(駿子魚譜)’는 물론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따왔다. 준자는 필자가 첫 번째 책 ‘손바닥만한 희망이라도’를 쓸 때 재미삼아 붙였던 자호(自號)다.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 선생이 이 글을 보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내시지도 않을 듯하다. 선생 필생의 저서 자산어보를 후생(後生)이 기억하는 것으로 선생의 노여움을 면하고자 한다. 


*자산어보 : 정약전(1758~1816)이 흑산도 근해에 서식하는 어류의 생태를 상세하게 기록한 책. 흑산도는 정약전의 유배지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의 설계도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