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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Mar 29. 2021

갈라파고스 주방(2)-요리학원

요리학원을 기웃거리다

나는 독학의 한계를 고민하며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요리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보고 싶어졌다. 오래 전 요리를 취미로 삼을까 할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단지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어차피 하는 거 좀 더 잘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공부를 하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음식 재료를 다듬는 방법부터, 칼, 프라이팬, 오븐 등 각종 도구와 기구를 다루는 기본을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우리 음식재료에 관해 체계적으로 알고, 고추, 마늘, 생강, 후추 등 양념의 기능도 알고 싶었다. 그릇에 잘 담아서 더 맛있게 보이는 방법도 공부하고 싶었다. 갈라파고스 거북이(*)처럼 세상과 동떨어져서 혼자 진화인지 퇴보인지 모르게 기어다니는 게 아니라, 동서남북을 알아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싶었다.(*3월22일 게재 글 ‘갈라파고스 주방1’ 참조)


어디선가 얻어들었던 ‘르 꼬르동 블루(서울)’를 떠올렸다.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잘못 찾아온 것 같았다. 주눅 드는 건 두 번째고 교육 수준이 내가 찾던 게 아니었다. 나는 가나다라부터 가르쳐주는 초등학교 교육 같은 것을 원했는데, 여기서는 대학 국문과나 문창과의 소설 작법 고급 과정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수업료도 찾아보았다.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진 않은데, 학원 수강료 수준이 아니라 대학 학비 수준인 모양이다. 번지수를 한참 잘 못 찾은 모양이다. 뒤로 돌아서서 가나다라 가르쳐주는 곳을 찾아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 pixabay


다시 찾기 시작했다. 요리학원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수십 개의 정보가 뜬다. 자세한 번지는 다시 찾더라도 일단 동네는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불편하지만, 인내를 갖고 둘러보았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워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도 있고, 내가 찾는 ‘생활 요리’ 과정도 있다. 전문 과정은 한식, 일식, 중식 등 분야별로 요리를 배울 수 있다. 생활 요리를 가르치는 속성 과정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들 위주로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전화로 직접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상담자는 나의 희망사항을 듣더니 취미요리 과정을 권했다. 듣고 보니 우선은 그 과정이 맞는 듯하다. 수강료도 내가 생각하던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습 메뉴는 직접 찾아오면 알려주겠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정보가 유출되면 다른 학원에서 따라한단다. 음...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몇 일까지 등록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수강료 할인 안내가 귀에 맴돌았다. 혜택을 놓칠까봐 조바심을 하는 게 아니라, 왜 할인을 할까 하면서 의심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학원이 잘 안 되나? 아니면 수강료 먹튀? 다정도 병이지만, 의심은 더 큰 병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전에 외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덜컥 학원에 등록해놓고 후회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고 머뭇거림을 합리화했다. 갈라파고스 탈출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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