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18mm. 무게 1.22g. 재료는 구리와 알루미늄.
10원짜리 동전의 크기와 재료다. 액면가 10원인 이 동전의 제조 원가는 무려 20원 가까이나 된단다. 이렇게까지 돈을 들여 돈을 만드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필요성이 있을 텐데 그것을 체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지금 마트나 편의점의 계산 박스 안에 모여 산다. 그 밖의 세상에서는 그들의 존재나 필요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라지는 게 어디 그 뿐이랴. 이제는 아예 ‘현금’이라는 존재 전체가 그 존재를 위협받게 됐으니.
TV 다큐멘터리에서 스웨덴 사회의 모습을 보았다. 현금이 전혀 없이도 지낼 수 있다고 한다. 현금의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다 못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이야기라 그때만 해도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할까 생각했다. 지금의 스웨덴은 어떤지 찾아보지 않았다. 역주행해서 다시 현금이 쓰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다.(몇 년 전 유럽 여행할 때 작은 잔돈을 사용하던 유럽 국가들의 오늘이 조금 궁금하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 못지않다. 현금으로 대중교통 요금을 지불하는 예는 정말로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이 환승 체계로 바뀌면서 현금 사용률은 확 줄어들었다. 신용카드나 티머니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택시 요금도 카드로 지불하는 것이 완전히 정착되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던 1990년대만 해도 1천원도 안 되는 금액을 편의점에서 카드로 내려면 눈치를 봐야 했다. 그 기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나는 몇 년 전까지도 편의점에서 몇 백 원은 현금을 내려고 했다. 그러면 아내가 지적한다. “알바생들도 현금 싫어해. 괜히 거스름돈 잘못 줄까봐 신경이나 써야 하고.” 그렇다.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을 카드로 해결한다. 일부 카페에는 아예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써 붙여 놓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후 덩달아 창궐하기 시작한 키오스크(자동주문기) 역시 카드 사용을 기반으로 한다.
이 대목에서 라떼맨은 다시 박물관의 조개무지를 떠올린다. 패총(貝塚)이라고도 하는 조개무지. 옛날 석기시대 사람들이 먹다 버린 조개껍데기를 모아놓은 곳이다. 한때 이 조개껍데기들은 화폐의 기능을 담당했다고도 한다. 생선 한 마리를 얻으려면 대합껍데기 10개, 굴 껍데기는 5개, 가리비 껍데기는 2개, 뭐 이런 물물교환이었을까. 수천 년이 지나 이제는 박물관에나 존재하는 화석 같은 일이 되었다.
다음 세대에는 어떻게 될까.
요즘 웬 만한 곳에서는 핸드폰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니까, 현금의 뒤를 이어 신용카드나 현금 카드도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옛날엔 지폐와 동전으로 이루어진 현금이라는 것이 있었다’라고 교과서에서 배울지도 모른다. 우리가 상평통보를 책에서 보는 것처럼.
지난 시절의 향수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메꿔가는 게 사람 사는 세상 모습이니까 그걸 모르지 않는다. 다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거 같아서 부담을 느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