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라떼 i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데렐로 Jun 07. 2021

그러다 새종대왕님께 혼난다

라떼 사람의 맞춤법 걱정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맞춤법을 완벽하게 쓰기는 쉽지 않다. 사전이 글쓰기의 첫 번째 친구가 돼야 하는 이유다. 한글 바로쓰기 관련, 최근에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공연히 걱정하는 일이 또 생겼다. 라떼 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오지랖 넓게 걱정하는 것이다(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규정한다고 나는 본다).


20년 쯤 전 일이다. 지금은 서른 중반을 넘긴 조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일이다. 전후 사정은 기억나지 않는데 조카애가 핸드폰에서 사용하는 맞춤법을 보고 기함한 일이 있다. “너 이렇게 쓰다가 나중에 한글도 모르는 사람 된다.”


조카는 나의 진심어린 걱정을 협박으로 들은 모양이다. 걱정하지 말라며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쳤다.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며, 걱정해 주어서 고맙다는 청소년이 세상에 있던가. 애들의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듣고 걱정하지 않을 어른이 있던가. 나는 그날 아내에게 또 한 소리 들었다. “당신 그러다가 꼰대 돼.” 아내의 걱정은 괜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지금의 나를 보라! 조심해도 '될 사람은 된다.'


그 무렵 젊은 직장 후배들이 “이렇지요, 저렇지요” 해야 할 것을 “이렇지여, 저렇지여”로 쓰는 것만 보고도 넌더리를 내던 나였다. 왜? 느낌이 바보 같았다. 그러니 고등학생 조카애의 문법 파괴는 나에게 커다란 걱정거리였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방종을 걱정했다는 말로 내 걱정을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어쩌면 고등학생의 맞춤법 틀리기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때는 내가 방송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작가들한테 까탈스런 PD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맞춤법에 대한 강조 때문이었다. 간혹 맞춤법이 틀린 경우를 발견하면 상대방을 호대게 모라부쳤다.(*) ‘호되게 몰아붙이다’의 틀린 사례를 보라. 그의 글쓰는 능력을 신뢰할 수 있는지.


그럴 때면 나는 ‘맞춤법 모르는 사람이 좋은 문장을 쓸 수는 없다’는 지론을 설파했다. 상대방은 나의 행동을 강조가 아니라 집착으로, 나의 설명을  악따군위로 치부했는지도 모르겠다. 젊을 때였다. ‘다름’도 잘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틀림’은 오죽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치기어린 부분도 있지만, 당시에는 나름 진지했다.


조카의 경우, 몇 년 후 내 걱정이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천만다행이다. 조카는 정상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맞춤법과 리포트를 쓸 때의 맞춤법을 용케도 구분해서 틀리지 않고 사용했다. 나는 진심어린 나의 걱정 때문에 조카애가 바른 길로 가고 있는것이라고 생각했다.ㅎㅎ


하지만 어제 아내가 랜선 친구에게 받았다며 넘겨준 틀린 맞춤법 사례를 보고는 잊고 있던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까지 틀릴 리는 없고 일부러 만든 것이라고 생각이 되긴 하나... 인터넷에서 떠돌아서 많이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라떼 사람에게는 놀랍고 새로웠다.


여기서 예로 든 잘못된 사례의 정답을 상당 부분 유추할 수 있었지만, 몇 개는 정답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한번 보시라. 라떼 사람만의 걱정인지.


이 표 두 개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사례들이다.

*이 글 가운데 등장한 밑줄 그은 굵은 글씨체는 강조를 위해 일부러 만든 잘못된 사례들이다.

**제목을 정정한다 : 그러다 세종대왕님께 혼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키오스크 따라가기, 헉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