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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Jun 03. 2021

키오스크 따라가기, 헉헉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가면 뭐가 남을까?

가혹한 시련은 인간의 창의력을 키우기도 하는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와중에 새로운 문물이 자리잡아간다. 자동 주문기계인 키오스크(Kiosk)가 코로나 바이러스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 지식백과를 뒤졌다. ‘키오스크’의 첫 번째 설명.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란다. 어렵다. 세 번째에 나오는 조금 쉬운 설명-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발행하는 기계나 주민센터의 서류 발급 장치도 모두 키오스크에 포함되는 모양이다. 


내가 키오스크를 접한 건 20년 전쯤 된다. 정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이 필요하겠다. 해외 여행을 할 때 기차역이나 사람 많은 복잡한 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키오스크라는 간판이 있었다. 그 가게 앞에는 신문판매대가 있고 옆이나 뒤쪽에는 음료수 냉장고가 있다. 종영한 미드 <CSI 뉴욕>에 종종 등장한다.(*키오스크 이미지 비교)


다시 지식백과의 설명. 키오스크 검색 두 번째에 나오는 설명이다.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그렇다. 나는 키오스크가 그런 것인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앞서 말한 뜻이 있는 줄 알게 되었다.


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능력이 라떼 세대와 그 아래 세대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여기서는 주로 키오스크의 ‘자동 주문 기능’에 관해 이야기 해본다. 


두어해 전, 자주 가는 햄버거 가게에서 이 키오스크를 보았다. ‘신문물 거부 증후군’으로 인해 흘깃 보고 주문대의 직원에게로 향했다. 그때는 키오스크와 유인 주문대를 동시에 운영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밥집, 햄버거가게 등 도처에 키오스크가 자리잡고 있다.

어느 날 아내가 키오스크에 도전했다. 나는 팔짱끼고 측후방에서 관전했다. 첫 번째 사용 소감은 ‘불편하군’이었다. 유인 주문대도 있었기 때문에 키오스크는 잊었다. 그 매장에 계속 있었는지, 아니면 없어졌는지도 기억에 없다.


다시 키오스크를 만난 건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3~4개월 쯤 된 때였다. 한동안은 두 대의 키오스크와 유인 주문대가 공존했다. 주문 받는 직원은 키오스크 없을 때보다 더 바빠졌다.  나이 든 손님은 거의 모두 키오스크에 도전하다가 직원을 부르거나, 직원에게로 가서 주문을 했다. 


키오스크 대수가 늘었다. 무려 세 대가 되었다. 유인 주문 방식은 사라졌다. 그 상황을 접하면서 위기 의식을 느꼈다. 이 무렵 키오스크는 복불복을 가늠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어떤 키오스크는 주문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안타깝게 버벅이는 손님이 서 있는 줄이었다. 흰머리와 구부정한 어깨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다음 주 나는 아내의 코치를 받아가며 키오스크에 도전했다. 어렵지 않았다. 다만 짜증이 났다. 한 단계 지날 때마다 ‘광고’가 등장하는 것이었다. ‘이 메뉴는 어떠세요?’ ‘이런 것도 있는데’ ‘이것도 한번 보시죠’ 이런 식이다. 나의 반응은 이런 식이 되었다. ‘안 먹어요.’ ‘안 먹는다니까.’ ‘뭐야, 이거(속으로만 버럭).’ 


과거 직원에게 주문하던 시간보다 결코 시간이 짧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세 대가 되니까 전체 주문 속도는 빠른 것도 같다. 결국 키오스크는 자리를 잡았고, 주문 받던 직원의 역할과 자리는 사라졌다. 라떼 세대도 그리 어렵지 않게 키오스크에 적응할 것이다. 나도 적응하고 있으니까.


마트 내 곳곳에도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먼저 주차 정산 키오스크 등장. 얼마 후 주차 정산을 하던 직원이 사라졌다. 햄버거 가게의 키오스크에 비하면 주차 확인 키오스크는 ‘껌’이었다. 게다가 광고도 없다. 주차 확인 직원의 인건비가 얼마인지 잘 모르지만 인건비 대비 키오스크 구입비의 손익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미 서울숲 공영주차장에서 나는 주차 확인 키오스크를 경험해 본 바가 있었다. 


주차 정산기는 키오스크의 선두 주자다.


최대정지 마찰력을 벗어난 키오스크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김밥 가게에도 등장했다. 주문 받는 직원이 사라졌다. 돈까스 가게에도 등장했다. 큐알 체크 후 테이블을 둘러보는데 직원이 우악스럽게 큰 소리 쳤다. “입구에서 주문하고 들어오세요.”(속으로 생각했다. 이 가게는 왠지 잘 될 것 같지 않다.)  손가락 끝을 보니 그곳에 키오스크가 있다. 


‘별다방’에 키오스크가 등장하는 때는 언제일까(별다방의 ‘사이렌 오더’를 고려하면 키오스크 도입은 시간 문제일 듯). 마트 계산대에 키오스크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 이러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지고 키오스크만 남는 것 아냐? 


*키오스크 이미지 비교

이미지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pixabay처럼 해외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사이트는 kiosk를 검색하면, 신데렐로가 여행 때 본 것과 같은 이미지들을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사이트에는 자동주문기 관련 이미지가 가득 등장한다.


#사진 출처 : 신데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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