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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Jun 24. 2021

인성불가침(人性不可侵)

디지털 시대의 기우(杞憂) (2)

앞선 글 ‘디지털 시대의 기우(1)’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컴퓨터가 인간을 놀래키고 두렵게 한 것은 벌써 오래 되었다. 이런 세상을 다룬 소설과 영화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게 내 일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화 <에이 아이(AI)>에 나오는 로봇들은 나와 관계없는 단지 스크린 속의 일처럼 생각된다(이 영화에는 <식스 센스>의 주인공 소년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나온다.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도 비슷하다.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아이, 로봇(I, Robot)>은 그저 만화 속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무심하게 살아도 괜찮을지 궁금하긴 하다.


오래 전에 문서 자료를 그림 파일로, 그림 파일을 텍스트 파일로 바꾸는 기술은 없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은 머지않아 등장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지금은 그런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아무튼 ‘놀랄 노 자’의 기술이었다(디지털 시대에 놀랄 노 자 라는 옛 표현을 쓰는 사람... 그런 사람을 라떼라고 부른다).

이 손은 신데렐로의 손이 아닙니다. 사진출처 : pixabay


10년 쯤 전 내가 구글 번역기를 처음 접했을 때도 깜짝 놀랐다. 1초도 걸리지 않아 완성되는 한영, 영한 번역.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영어 번역은 좀 그랬다. 하지만 일본어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2년 전 영어 번역 일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다시 자동번역기를 사용해 보니, 전보다는 확실히 진화한 듯했다. 이 기능을 보면서 이제 외국어 공부를 아예 그만 둘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 생각을 수정했다. 


완성도가 아무리 높아도 컴퓨터가 다가설 수 없는 몇 %의 ‘인성불가침(*)’의 영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기계가 저지를 수밖에 없는 오역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 미묘한 어감 차이의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한계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인성불가침(人性不可侵)은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에서 내가 파생시킨 말이다. 컴퓨터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세계가 있다는 의미에서 내가 만들어낸 단어다.


이 말을 들은 스마트폰의 기능 개발자는 큰소리칠지 모른다. “한 두 언어가 아니라, 수십 개 언어가 순식간에 번역 가능하잖아, 이 바보야” 하고. 나의 대답은 이렇다. “나는 그렇게 많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아, 바보야.”


카메라 해상도도 대폭 향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역시 다르다. 나는 과거 아날로그 시절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 참, 눈으로 본 것과는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되어서도 ‘눈으로 본 것과는 역시 다르구나’하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은 원근과 상관없이 자신의 눈으로 보는 사물이 모두 포커스가 맞는 놀라운 경험을 일상적으로 한다. 하도 일상적이라 그 기능의 뛰어남을 잘 느끼지도 못 한다. 반면 카메라는 아무리 좋아도 포커스가 맞는 데 한계가 있다. 먼 곳이 확연하면 가까운 것은 어떻게든 그만 못 하고, 가까운 것이 선명하면 먼 것은 흐릿하다. 어찌됐든 눈과는 다른 것이다. 


이 주장은 자고 깨면 바뀌는 세상을 나 몰라라 하고, 옛날식으로 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굳이 풀어 설명하자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으며, 그것을 얻기 위해 나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의 꼬리를 붙잡고 같은 속도로 따라가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이제 그런 힘든 역할과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고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다. 오히려 아등바등 쫓아가는 사람들은 몹시 힘이 들겠지만...


내가 만든 신조어 ‘인성불가침’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다. 어라, 신성불가침이 뜬다. 바보같은 컴퓨터 녀석.


나의 브런치 닉네임 신데렐를 검색해 보았다. 신데렐가 뜬다.(**) 렐라와 렐로도 구별 못하는 바보같은...


*네이O가 그렇다. 구글에서 cinderello를 검색하면 상당량의 관련 정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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