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오랜 만에 새벽운동을 했다. 한 시간 정도 한강 둔치를 걸었다, 새벽운동은 여름의 긴 해와 더위가 안겨주는 선물이다. 나는 더운 날씨 덕에 부실한 심장 걱정을 하지 않고 운동할 수 있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걸었다.
마스크를 쓰고 지낸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이렇게 마스크를 오래 쓸 줄은 미처 몰랐다. ‘전대미험(前代未驗)’의 세상이다. 이것은 마스크인가, 아니면 피부의 일부인가.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도 감기에 걸리거나 하면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감기 때문에도 쓰지 않았고, 추위 때문에도 쓰지 않았다. 숨쉬기 어려운 것부터 축축한 느낌까지 여러가지가 불편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리 자주, 또 오래 마스크를 쓰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나도 이젠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1년 전에 운동할 때는 턱스크였는데, 지금은 마스크다. 이제는 쓸 만하다.
과거 연예인들의 검은 마스크는 보기에 이상했다. ‘관종’인가 생각했다. 지금은 검은 마스크, 컬러 마스크, 패션 마스크 모두 그러려니 한다. 다양한 마스크를 보다보니 수용 능력이 커진 모양이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마스크를 판매했다. 한동안 TV를 보던 아내가 한마디 했다(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홈쇼핑 방송은 사람들의 친구인가, 적인가).
“저 마스크가 특허 등록한 마스크래.”
설명을 들어보니, 귀걸이 끈 안에 있는 조그만 고무줄을 당기면 마스크를 팽팽하게 만들어주는데 그것이 특허 사항이란다. 나와 아내도 착용해 본 일이 있는 마스크였다.
그날 판매한 마스크는 특이한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보통 판매하는 하얀색 마스크가 아니었다. 검은색 마스크도 아니었다. 마스크 전체에 회색 체크 무늬가 들어간 마스크다. 아내가 한번 구입해 보겠다고 했다.
과거와는 달리, 튀는 행동을 잘 하지 않는 내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저 마스크 쓰고 엘리베이터 탔다가 똑같은 마스크 쓴 사람 만나면 뻘쭘하지 않을까.”
튀는 행동을 자제하지 않던 남편과 오래 살다가 뒤늦게 ‘도둑질’을 배운 아내가 한마디 했다.
“괜찮아. 엘리베이터에서 똑같이 흰 마스크 쓴 사람 수도 없이 만났잖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잖아.”
“... ...”
듣고 보니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야 하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오늘 아침에 US오픈 남자 골프 경기 중계를 보는데, 갤러리가 많이들 모였다. 그런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좀체로 보이지 않는다. 백신 효과를 믿어서인지, 아니면 미국 특유의 무신경함(*)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나는 지난주에 ‘경로 우대’ 백신을 맞았다. 약효가 이러쿵, 부작용이 저러쿵, 백신이 모자라느니 어쩌느니 등 이런 저런 말이 많던 백신. 망설이다가 맞았다. 종류는 아스트라 제네카였다. 하루쯤 몸살기가 있을 때처럼 힘들고는 괜찮아졌다.
마스크를 벗고 걸어다닐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6월 21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 수는 3,338만여 명(무려 3천만 명이 넘는다!), 누적 사망자수는 59만9천여 명이다.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출처 : 정부 통계 ‘코로나 바이러스 19 국내외 확진 현황’)
두어 달 전 뉴스를 보니,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수 50만 명이라는 통계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국 군인들 수의 합계와 비슷한 수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