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데렐로 Aug 02. 2021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두 번째 책을 펴내면서...

올림픽이 열리는 국제 규격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여기에 검은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한 시간이 지났다. 누가 알까? 이 수영장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졌다는 것을.




지난 주말 나는 ‘수영장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이번에 떨어뜨린 잉크의 이름은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이다. 얼마 전 여기 브런치에 ‘교정을 보고 있다’고 했던 책이 지난 주말 세상에 나왔다. 브런치 매거진의 제목은 ‘나는 요리한다 고로 존재한다’였는데, 출판을 하면서 새 이름을 주었다.

4년 반 전에도 나는 수영장에 잉크 한 방울을 떨궜다. 예상한 대로 수영장 물의 색깔은 바뀌지 않았고, 나도 바뀌지 않았다. 세상도 물론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다시 잉크를 떨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명해 줄 인물을 떠올렸다. 움베르토 에코(1932~2016).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그의 놀라운 식견이 무의미한 듯한 나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첫 번째처럼 각별하지 않은 모양이다.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책은 신데렐로의 첫 책 <손바닥만한 희망이라도>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내 심정은 첫 번째와 분명히 달랐다. 애정이 덜 해서도 아니고, 쉽게 책을 내서도 아닌데 느낌은 분명히 그랬다. 이런 느낌이 혹시나 나 자신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모든 경험에서 첫 번째와 같은 크기의 자극을 받는다면 인간의 수명은 확 줄어들지 않을까.


내가 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4년여 전에 그 소망은 달성됐다. 하지만 소망인지 욕심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남아서 이번에 두 번째 책을 내게 되었다.


첫 번째 책을 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공공도서관에서 내 책을 발견한 일이다. 나는 남산도서관에서 주로 책을 빌려보는데, 출간 후 1년쯤 되었을 무렵 도서관 신간 서가에서 내 책을 발견했다.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잠시 후 괜히 책을 꺼내서 펼쳐보다가 다시 꽂기도 했고, 사진을 몇 장 찍기도 했다. 이때 남아있던 강렬한 기억이 이번 두 번째 책의 씨앗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른쪽에서 여섯번째에 내 책이 있다. 옆에 있던 신간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첫 번째 책을 내고 나서 새삼스럽게 깨달은 일이 있다. 한번 세상에 나온 책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세상 사람들은 내 책 따위에 관심이 없겠지만, 수영장에 잉크 한 방울이 더해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책으로 잉크는 무려 두 방울이 되었다.


출중한 요리 솜씨와 글 솜씨를 지닌 강호 제현(江湖 諸賢)이 즐비한 세상에 음식 전문가도 아니고 글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음식 에세이로 분류될 책을 펴내다니. 고수들께서는 “그 사람 참 용기가 가상하구먼.”하며 웃어주시길.... 독자들이 보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나의 책과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잉크를 뿌린 자의 책임이다.


한동안 책을 낼 일이 없으니, 이제부터 어떤 일로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들지 고민이 필요하겠다.


이제 책은 내 손을 떠났다.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에게 출판사 ‘오르골’에서 명함과 자기소개서를 들려주었다.





*이하 신데렐로의 새 책 광고입니다*


◀책소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설거지로 주방에 입문한 은퇴자들에게 칼질할 용기를 주는 책!


베이비붐 세대인 저자가 주방이라는 신세계와 직접 부딪치며 기록한, 서툰 은퇴 남편의 주방 적응기. ‘은퇴’라는 처음 접하는 시간과 ‘부엌’이라는 낯선 공간의 이중고를 겪는 이들에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책이다. 


주방 관련 소재를 망라하여 주방이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 2막이 흥미롭다. 진지하고 유쾌한 필치로 전하는 이야기는 주방을 넘어 우리의 삶 전체를 성찰하게 한다. 칼질 잘하는 노하우라든가 화려한 레시피가 나오진 않지만, 주방 입문자의 현실적인 고민과 궁금증을 풀어감으로써 칼질할 ‘용기’를 주는 책. 은퇴 남성들뿐만 아니라 주방에 입문한 싱글족, 독거 중년 등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주방은 나의 것>, <감자야 미안해>, <만두는 추억을 싣고> 등 3개의 장에는 각각 음식과 생활, 음식 만들기, 음식과 추억에 관한 42편의 글이 담겨 있으며 중간중간에 따뜻한 손그림도 곁들여져 있다. 은퇴 후 ‘삼식이(집에서 하루 세 끼 챙겨먹는 백수)’가 될 것인가, ‘세상에 하나뿐인 그대’가 될 것인가. 선택은 이 책을 읽고 나서 하시길.


◀책 내용 자세히 보기▶

 https://blog.naver.com/orgelbooks/222452681686


매거진의 이전글 주부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