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나의 장인은 1920년대에 태어나셨다. 칠십 대 초반까지 직장에 다니셨다. 옛날 분이셨지만, 은퇴 후 집에 계실 때는 라면 정도는 혼자 해 드셨다. 장인의 출생 시기, 그리고 그분의 출신 지역을 생각하면 깜짝 놀랄 일이었다. 장인도 설거지를 통해 가사일(*)에 입문하셨다.
남자들에게 가장 만만한 가사노동, 부엌일은 아마도 설거지인가 보다.
장인과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도 1920년대에 태어나셨다. 하지만 장인과는 달리 끝까지 가사 노동에 발을 들이지 않으셨다. 라면을 끓여먹는다? 그런 일은 아버지 사전에 없는 문장이었다. 설거지, 아버지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초심을 끝까지 지킨 대단한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의 피를 타고 태어난 나는 은퇴 후 매일 음식을 만들어 아내에게 바치고 나도 먹는다. 설거지 따위는 나에게 일도 아니다. 디저트꺼리도 안 된다. 선친께서 보시면 훼절(毁節)했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다. 세상이 바뀐 게 나에게는 다행인가.
----------------
*‘가사일’에는 동어반복이 있다. 표준어규정에서는 “‘가사일’은 의미가 중복된 표현이므로 ‘가사(家事)’만을 표준어로 삼고, ‘가사일’은 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가사일로 발음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하여, 표준어규정에서 버린 것을 주워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