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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Oct 18. 2021

일일부독서(一日不讀書)...

독서에 관하여

브런치에 올라온 작가들의 글 가운데 한편으로 당연하지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운 글이 있다. 대표적인 게 책읽기, 즉 독서에 관한 글이다.


읽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쓰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하니 브런치 공간에 독서에 관한 글이 많은 게 뭐가 놀라운가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독서 (토론)모임, 독후감 쓰기 모임, 좋은 글 베끼기(필사) 정도는 ‘잘 하는 일’ 수준이되 놀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천권을 읽고 나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해보겠다는 작가, 십 년 넘는 기간을 매해 200권 책 읽기를 실천하는 작가, 이보다 더 놀라운 매일 한 권씩 읽는 작가에 이르면 내 수준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가 된다. 


그런 내가 여기서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권계하려는 뜻이 있어서다. 그러니까 이 글은 요즘 책읽기를 게을리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일종의 자경문(自警文)이다.


독서와 관련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부터 이야기 하겠다.

독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몸에 밴 습관이 되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지라 수학의 공리(公理)를 증명하겠다고 나선 어리석은 사람이 쓴 글 같기도 하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했고, 이것을 이해하지 못 할 독자는 아무도 없을 듯하니 이제부터 펼치는 독서에 관한 변설은 두서없이, 마음대로, 붓 가는 대로, 아니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써도 될 듯하다.


자식의 독서 습관에 지대한 관심을 쏟은 어머니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다고 할 만한 인물은 ‘맹모(孟母)’다.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를 세 번이나 했고, 마지막에 서당 부근에 정착했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다.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사례다. 그 덕에 맹자는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만큼 성공했다. 덕분에 맹모도 이름이 남았다.


맹모에 비견할 다른 어머니가 한 명 있다. 브런치에 글 쓴 후 처음 등장하는 나의 어머니다. 

“밥 먹자.” 

“아직 배 안 고파요.”

“꼭 배가 고파야 먹니. 때 되면 먹는 거지.”

그렇다. 때 되면 밥 챙겨 먹듯, 책 읽는 것도 그렇게 하면 된다.


꼭 10년 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는 밥도 챙겨 주셨지만 책도 챙겨 주셨다. 국민학교(*) 시절 우리 집에는 계몽사에서 나온 50권짜리 전집이 있었다. 1960~1970년대 초 이야기다. 정글북, 소공자, 소공녀, 행복한 왕자(안데르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등이 거기 있었다.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백수사에서 나온 다섯 권짜리 한국단편문학전집을 읽었다. 여기서 읽은 작가와 작품 제목은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옆길로 잠깐 샌다. <비호>라는 무협지도 있었다. 이건 아마도 아버지께서 사셨을 듯하다. 이 비호의 작가는 김광주라는 소설가였는데, 그 작가가 쓴 다른 소설 ‘하늘도 놀라고 땅도 흔들리고’는 신문 연재 소설로 보았다. 나중에 그의 아들이 작가 김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놀랐다. 증명하기 어렵겠지만 글 쓰는 재주도 상당 부분 DNA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고등학교 때는 삼성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무려 100권)을 보았다. 1권 적과 흑(스탕달)부터 수많은 고전이 그 전집에 있었다. 죄와 벌, 전쟁과 평화, 리어왕, 변신, 성채, 데미안, 전원교향악, 위대한 개츠비, 분노의 포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방인 등등. 다 읽지는 못 했지만 많이 읽었다.


책 읽는 환경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내가 잘 했더라면 나의 어머니는 ‘박모(朴母)’가 되셨을지도 모르겠다.

속초의 오래된 서점. 여행 간 길에 들렀다.

그 시기 독서에 도움을 준 문고판 서적이 있었다. 일본에 이와나미(岩波)문고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삼중당문고와 을유문고가 있었다. 좋은 번역, 저렴한 가격, 그리고 휴대하기 편한 조그만 판형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대학에서는 도서관의 ‘837’을 주로 뒤졌다. 내가 다니던 대학 도서관은 개가식이었다. 그리고 837.xx은 도서 분류의 소설 분야 번호였다(지금은 다른가?). 우리나라 소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전공에 대한 무관심이 다른 관심을 유발한 때문이었다. 그 덕에 나중에 밥벌이 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더 나가다간 ‘독서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두 명은 언급해야겠다.


대학 선배 기자의 집에 간 적이 있다. 20평이 안 되는 작은 아파트였다. 아파트가 아니었다. 도서관이었다. 두 방 중 큰 방에는 도서관의 서가가 있었고, 모든 공간이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바닥이 꺼지지 않나 걱정스러웠다. 


다른 한 명은 나의 책 선생이자 글 선생인 후배 PD다. 그의 ‘안내’가 없었다면 글에 관한 내 안목은 지금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의 집 또한 도서관이었다. 나는 그 집에서 나오면서 그가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년 전 일찍 직장을 은퇴해버린 그가 당연히 글을 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낸다는 이야기도 없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소식도 없기에 물었다.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나는 그가 <노인과 바다>의 청새치가 아니라, ‘모비 딕’을 잡으려 한다고 짐작했다.

속초의 한 서점. 위의 사진과 같은 서점이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요즘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한 권은 거의 다 읽었고, 한 권은 붙들고 씨름하는 중이다. 한 권은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이고, 한 권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이다. <월든>은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 ‘책벌레 OO이’님의 글 ‘나만의 월든을 꿈꾸며’를 보고 자극받아 읽기 시작했다. 다시 읽는데도 가속도가 붙지 않아 낑낑거리는 중이다.


장영희 교수의 수필은 언제나 ‘따뜻한 파란색’이다. 장 교수를 실제로 몇 번 만난 것은 그의 책 만큼이나 나에게 행운이었다. 닯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그의 글을 약 먹듯 천천히 읽는다. 


장영희 교수는 너무 빨리 돌아갔다. 그는 암으로 고통받으면서 이렇게 썼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은 장 교수를 질투해서 빨리 데려갔다.”고. 그가 떠난 후 세상은 적어도 장 교수가 밝히던 촛불 하나 만큼은 어두워졌을 것이다.


원고량에 제한이 없는 게 브런치의 좋은 점이다.

이제 마무리 인물이 등장할 차례다.

그의 이름은 안   중   근. 한국 사람 모두가 아는 바로 그분이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독서의 습관화∙생활화를 이보다 더 강하게 강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중근 의사에 기대어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한다.  일일부독서 익일우부독(一日不讀書 翌日又不讀). 하루 책을 읽지 않으면, 다음 날도 또 읽지 않게 된다. 나의 경험담이다. 한번 안 읽으면, 두 번 세 번 안 읽기는 아주 쉬워진다.


글 머리 부분에서 결론을 먼저 이야기한다고 서두르다가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 알더라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언급한다. 독서에서 성공의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책 안에서 인간답게 사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며, 허락 없이 언급한 맹자 선생과 그의 어머니 등 모든 분들께 누가 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국민학교 : 나는 이 글을 아래한글로 썼다. 초등학교라 쓰지 않고, 예스러운 느낌과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국민학교라 썼다. 그랬더니 초등학교로 바뀐다. 이 각주의 국민 학교도 모두 초등학교로 바뀌길래 국민 만 쓴 후 한 칸 띄고 학교를 쓴 후 앞에다 갖다 붙였다. 멍청한 AI.


**대문사진 : 교보문고 신간 코너에 '잠깐' 전시돼 있던 필자 신데렐로의 두번째 책 <남편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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