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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Oct 14. 2021

은퇴 백수가 돈 버는 방법

걷기 운동이 답이다

아플 때가 됐는데, 됐는데 하다가 ‘그럼 그렇지’ 하게 되었다. 무려 열흘 동안 빠지는 날 없이 걷기 운동을 했으니 아플 때가 된 것이다. 이번에는 허리와 왼쪽 무릎이 아파왔다. 운동이 과했다는 뜻이다.


내가 하는 걷기 운동은 평상시의 걷기와 가볍게 달리기의 중간 정도 된다. 코스는, 집에서 출발하여 한강 둔치로 내려가(약 20분 소요), 강을 왼쪽에 두고 25분 정도 서쪽으로 걷는다. 그곳에서 둔치를 벗어나 도로로 나와서 다시 25분 가량을 걸어 집으로 온다. 


이 걷기 운동을 수치로 표현하면 대략 이렇다.


걷는 시간으로는 73분. 걸음 수로는 7500 걸음 정도. 거리로는 5.8km 정도 된다. 소요 시간을 3분 줄여서 60분 대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아주 힘이 든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은 핸드폰에 헬스 앱이 있어서 이것을 통해 내가 하루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를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왼쪽 사진은 8월 16일부터 8월 22일까지 1주일간의 운동 내용이다. 8월 16일에 간단한 치과 수술을 받고 운동을 아예 하지 못 했다. 이 기간에는 회색 점이나 막대 그래프가 보인다. 짐작하듯이 회색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오른쪽 사진은 9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 간의 운동 내용이다. 녹색 막대그래프가 하나 있다. 녹색은 6천 걸음 이상일 경우 표시된다. 6천 걸음 이상을 9월 5일에 딱 한번 걸었다. 8330걸음이었다. 


정상적으로 운동할 때 나는 7000 걸음 걷기를 한달에 20일 이상 하려고 한다. 이 정도 운동을 하면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몸무게는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월초의 몸무게와 월말의 몸무게가 300g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먹는 데 신경을 조금 쓰면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무신경하게 마구 먹어대거나 운동을 기준(=20일 이상 운동하기) 보다 적게 하면 몸무게가 늘어난다. 몸은 이렇게 솔직하다. 마음보다 훨씬 솔직한 것 같다. 


8월 16일 이후 게을러진 몸을 다그쳐서 다시 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9월 한달 동안 나름 운동을 하긴 했으나, 10일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10월 1일부터 마음먹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10월 초하루부터 10일간 운동한 것이 아래의 그래프다. 모든 날이 녹색 그래프로 표시된다. 이 기간 중 가장 많이 걸은 2일에는 9087 걸음을 걸었다. 마음먹고 걸으면 1만보도 걸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다. 



걷기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많이 걷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은 발바닥이 아픈 것이다. 이른바 족저근막염이다. 과거에 여러 차례 경험을 했다. 심각한 병은 아닌 듯하지만, 운동을 계속하기 어렵다. 2주 정도 충분히 쉬면서 발목을 수건으로 잡아당기는 운동 등을 해줘야 한다. 최근 3년 동안은 족저근막염이 생기지 않았다. 나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여러 가지다. 무릎이 아프거나, 허리가 아프게 된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팔이 아픈 경우는 거의 없다. 걷기 운동을 했다고 두통이 생기지도 않는다. 




은퇴 후 건강 걱정을 하기 시작한 나는 난생 처음으로 헬스클럽에 등록을 했다. 혼자 ‘알아서’ 러닝 머신을 타고, 운동기구를 써서 근육 만드는 운동도 했다. 1년 반 정도 했는데도 별 효과가 없는 듯했다. 나는 큰 맘 먹고 거금을 투자해서 1:1 PT를 시작했다. 


다행히 좋은 코치를 만나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3개월 간의 레슨이 끝났을 때는 '이렇게 운동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코치가 가르쳐 줄 때처럼 혼자서 계속 운동하는 것은 아주 어려웠다. 내가 게을러서는 아니었다. 자세에 끊임없이 신경을 쓰고, 이게 맞나 틀렸나 하면서 운동을 하려니까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렇게 6개월이 다시 지났을 때 코로나가 닥쳤다. 헬스클럽이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다중이용시설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헬스 클럽 출입을 멈췄다. 5개월 남은 회원권 기한을 연장했다. 


이 상태에서 걷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달에 20일 이상은 한번에 7000 걸음 넘게 걸으려 노력했다. 문제는 지루함이다. 전에는 걸을 때 MP3에 음악을 담아서 들었는데 몇 년 사이에 세상은 다시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몸무게에 변화가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체형에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 된다. 이건 다시 말해서 내가 종종 조바심을 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먹는 것을 조금씩 자제하게 된다. 힘들게 운동한 노력이 아까워서다. 


이 정도하면, 걷기 운동을 통해 돈도 벌 수 있다. 은퇴 백수가 돈을 벌 수 있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 아닌가. 이유는 이렇다.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꾸준히 걸으면 아플 일이 줄어든다. 아픈 일이 줄어들면, 당연히 병원에 갖다 줄 돈이 줄어든다. 나의 경험담이다. 


열흘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생각해서 3일 쉬었다. 내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아니 내일부터 다시 돈을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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