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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Dec 06. 2021

코로나도 끝이 있겠지

지난주에 드디어 형제들이 함께 모여 동생 생일 축하 식사를 했다. 우리 형제 10명이 모이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코로나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형제가 10명이라고 쓰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하다. 우리 형제는 4녀 2남으로 총 6명이다. 요즘 다시 형제들이 많아지지만 이렇게 많은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 6남매가 아내, 남편을 동반해서 모이다보면 평균 10명 정도가 모인다.)


생일 밥 한 끼 먹는 게 무에 대수일까 싶지만 그 생일이 환갑 생일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듯하다. 동생이 환갑이라면 나는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나와 이번에 환갑을 맞은 남동생과는 연년생이다. 이 동생의 생일은 여름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함께 모일 수가 없었다. 미루다 미루다 12월까지 미루게 되었다.


지난 해 11월 이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5명 이상은 모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 기일에도 다 함께 모이지 못 했다. 한번은 4명씩 두 조로 나눠서 성묘하고, 밥을 먹을 때는 4명씩 두 조로 나눠서 따로 밥을 먹었다. 그런 와중이었으니 환갑 생일 챙기기란 과한 욕심이었다.


막상 생일이 지나고 나서도 함께 모일 수 없게 되자 ‘적어도 올해 안에는 모일 수 있겠지’하면서 희망을 뒤로 미뤘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아니면 형제 6남매 가운데 누군가 착한 일을 많이 한 덕분인지 11월이 되면서 10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잡은 날짜가 12월 1일이었다.


요즘 환갑은 예전과 다르다. 달라진 지가 한참 되었다. 옛날에는 환갑이 되면 잔치를 했다지만 요즘은 그런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평균 수명이 10년은 늘어난 모양이다. 예전의 환갑 챙기듯 하는 것을 요즘은 칠순 때쯤이나 챙기는 것 같다.


환갑을 어떻게 챙기면 좋겠는가 하고 물으면 요즘 당사자들은 ‘요새 환갑 챙기는 사람이 어딨어?’하며 그냥 넘어가자 한다. 그래도 정말로 그냥 넘어가면 내심 서운할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첫 번째 환갑 대상자인 맨 위 누나의 환갑 때부터 형제들만 모여서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각자 가족들끼리 알아서 하기로 하고, 형제들 모임만 따로 갖기로 했다.


누나의 환갑을 그렇게 챙겼고, 지난 해 내 환갑도 그렇게 챙겼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지만, 그래도 형제 10명이 모여서 밥은 먹을 수 있었다. 그 자리가 다행인 자리였다고 1년 후에 말하게 될 줄 사실 몰랐다. 1년 후면 코로나가 대충(써놓고 보니 참 무책임한 단어다) 어떻게(이것 역시!)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1년 후가 되었는데, 대충 어떻게 정리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난 해 내 환갑 때 식당에서 디저트로 준비해 준 케익.


그래서 지난 여름 이후 우리 형제들 사이에서는 동생의 환갑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사자야 물론 안 챙겨도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낮에는 네 명밖에 모이지 못 하고, 저녁에는 두 명밖에 모이지 못 하는 마당에 뾰족한 수는커녕 뭉툭한 수도 없었다.


하지만 결국 해를 넘기지 않고 환갑 축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6남매 가운데 누군가 착한 일을 한 게 확실하다(두 번째 등장하는 이 문장을 보면 아내는 ‘웬 당신답지 않은 소리냐’고 한 마디 할 것이다). 동생 환갑 파티를 한 지 이틀 후 서울 지역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다시 강화됐다. 형제들은 단톡방에서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천만다행이라고.


동생 환갑은 그렇게 럭키(lucky) 엔딩으로 끝이 났다. 그나저나 코로나는 도대체 언제 끝날까. 오미크론에 하루 확진자 5천여명에, 수도 없이 발생하는 돌파 감염에...


여기서 라떼 인증할 소리 한 마디 안 하면 라떼가 아니다.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 세상 모든 것은 핵심과 사소한 것으로 나눌 수 있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코로나도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를 모를 뿐.


*물유본말 사유종시 :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학(大學)>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라고 한다. 내 기억에는 중학교 3학년 한문시간에 배웠는데... 중학교에서 배우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문 사진 : 강릉 부근 안목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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