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권태기들을 위한 글
기나긴 겨울이 끝나간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작가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이런저런 글을 써나갔던 전과는 달리 글 쓰는 것이 재미가 없어졌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게 다가왔고 주에 2번 써내는 프리랜서 원고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왜 이렇게 재미가 없어졌을까 생각해보니 매일 하나의 글을 쓰겠다는 이상적인 목표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져 부담이 됐다. 누군가 감시하거나 검사하는 글이 아님에도 글을 적어내기가 싫어졌다.
그래도 해야지, 넌 왜 그렇게 끈기가 없어하며 자신을 몰아치다가 문득 어느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정말 뜬금없는 영상이었는데, 한 헬스 트레이너가 운동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하는 내용이었다. 하기 싫음에도 참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그것이 부담이 되고 강박이 되고 언제든 다시 시작하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지만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이해했다. 현재 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언가를 느끼고 한동안을 글을 놓았다. 쓰기 싫으니까 쓰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그렇게 미친 척하고 쉬면서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항상 영양가 없다고 치부하던 판타지 소설책을 사 읽고, 감성팔이라 폄하했던 일상 에세이를 찾아 읽었다. 혼자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고, 미루었던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들에 대해서, 고민과 우울 속에서 보냈던 일상에 대해서, 새로 도전하고 시작한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 경험으로 나는 하기 싫으면 하지 않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취미로 쓰는 글일 뿐이라 직장이나 학업이 대상이 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무조건 참고 꾸역꾸역 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기 싫은 건 잠시 쉬거나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잠깐의 텀 사이에서 무언가를 깨달을 수도 있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아무것도 얻지도 느끼지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또 어떤가. 원래 세상살이는 항상 얻으면서 살아갈 수 없으니 내 마음이라도 편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