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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Feb 09. 2021

강이슬 <새드엔딩은 없다>

주접과 팬심 그 어딘가



일상을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풀어낸 강이슬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다. 사실 강 작가님을 알게 된 건 내 인턴 생활 중에서다. 작은 인터넷 언론사에서 인턴을 한 나는 작가님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작가님들의 책을 홍보하는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작가님이 오셨고, 나는 진행자는 아니었기에 작가님과 동기가 사전 미팅을 하며 뚝딱거리는 모습을 관전하고 있었다. 


내 동기는 낯을 가리는 편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고전하고 있었고, 작가님은 그의 뚝딱거림에 장단을 맞춰주고 계셨다. 순간 알 수 없는 오지랖이 발동해 둘이 대화를 나누는 소파 한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처음 뵙는 작가님에게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작가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히피펌이 참  잘 어울리시는 것 같다, 아 저도 이 츄바스코 샌들 있는데!, 타투가 참 멋져요 등의 아무 말을 늘어놓았다. 작가님의 표정이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썩 즐거워하시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방송이 시작되고 끝나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고 얼마 시간이 지났어도 작가님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어느날 너무 인생이 적적하다고 느껴져 그 동기에게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때 동기가 "서지 기자님이랑 성격 비슷하신 거 같던데. 강이슬 작가님 책 읽어보세요. 전 재밌게 읽었어요." 하고 책꽂이 덩그러니 꽂혀있던 <안 느끼한 산문집>을 건넸다. 그렇게 책은 강북 수유 한 나이트 옆에 위치한 5평짜리 원룸으로 입주했다. 


첫 장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는 반발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니, 난 에세이 같은 책 싫어, 다 신파고 감성팔이 같아 와 같은 편견들이 머릿속을 부유했다. 하지만 많은 장 수를 넘기지 않았을 때 나는 강이슬 작가님에게 홀딱 반했다. 와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하는 부러움과 동경이 몽글몽글하게 피어났다. 나도 브런치 써보고 싶다 하는 욕심과 목표도 생겼다. 


작가님을 사랑하게 되면서 주변에도 얼마나 추천하고 다녔는지 모른다. 책을 좋아한다는 친구에게 예쁘게 포장해 선물도 했다. 그만큼 좋았다. 그에 비례하게 아쉬움과 후회가 사무쳤다. 아, 그때 단독 팬미팅 할 수 있었는데! 덕계못은 진리라는 것을 온 뼈마디로 실감했다. 당신의 글을 너무 사랑한다고 오조오억 번의 주접을 하지 못함에 속상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제목도 작가님의 성격을 담았다. <새드엔딩은 없다>라니. 내가 생각해도 작가님의 인생에는 새드엔딩은 없을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쿨하고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새드엔딩은 죽어도 안 어울린다. 


책 속 이야기들은 한국에서 살아온 청춘들이라면 공감할만한 추억과 감정들이다. 소꿉친구 이야기, 술 먹고 실수한 일, 필라테스 처음 다녀온 날 근육통으로 고생한 일, 직장 막내로 겪는 서러움과 깨달음까지. 우리도 다 겪는 것들인데, 왜 강이슬 작가님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맛있는 문장이 되는지 정말 너무 부럽다. 나도 이렇게 일상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며, 함께 하는 이들과 웃으며 살고 싶다. 내 인생이 꼭 시트콤 같아 너무 웃기다는 친구들의 기대와 찬사에 보답하면서 살아가야지. 여러 가지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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