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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Jul 08. 2021

네 발 달린 털 복숭이에게 얻는 위로

필명이 로제인 이유




사람들이 지긋지긋할 시점이 있다. 아무리 mbti가 e로 시작된다고 해도, 사람 사이에서 들들 볶이면 인간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존재들은 바로 네 발 달린 털 복숭이들이다. 나는 로제라는 3살짜리 암컷 비숑 한 마리를 기르고 있다. 굉장히 발랄하고 깜찍한 성격에, (사람에게) 낯도 안 가리고 애교도 많다. 종종 바보 같을 때도 있고, 넘치는 식탐에 자주 날 보채고, 간헐적으로 사고치기도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다.


내가 우울할 때든 기쁠 때든 우리 집 로제는 항상 한결같다. 집에 돌아오는 순간을 반겨주고 저녁을 먹을 때면 한 입만 달라고 보채며, 티브이를 볼 때는 장난감을 가져와 놀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을 만지라며 배를 까고 눕기도 하고, 본인이 졸리면 내 허벅지나 배를 베고 엎드린다. 나는 그 순간들을 너무 사랑한다. 아무 말도 안 해도 모든 감정이 녹아내린다. 물론 이런 나의 벅찬 감정을 못 이기고 뽀뽀를 퍼부을 때면 로제는 질색을 하곤 하지만. 


사실 현재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나보다는 우리 엄마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로제는 엄마에게 굉장히 각별한 존재다. 자식들이 모두 타지로 떠난 빈 둥지를 로제가 3인분 역할을 하면서 채워가고 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가끔씩 화분을 엎어놓고, 휴지통을 다 뒤지고, 엄마의 책을 물어뜯어 놓는다. 도저히 심심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본인이 사고를 치고 엄마한테 혼이 나지만 기도 잘 안 죽는다. 끊임없이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고 치댄다.


처음에는 안 받아주던 엄마도 그런 털북숭이의 뻔뻔함과 사랑스러움에 여지없이 져주곤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는 정말 사람을 안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피곤하며 체력 소모가 큰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고 사는 것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 감정의 빈자리를 강아지가 채우는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이 유기견 보호소 봉사 활동을 하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들의 대가 없는 사랑과 위로가 인간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 효과를 몸소 체험 중이다. 이렇듯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나면 그 작고 복슬거리는 강아지가 그리워지고, 종종 미친 척하고 본가로 내려가는 차를 타고 싶어 진다. 내가 취업을 하든 못하든 그에겐 난 그저 사랑하는 언니일 뿐이고, 본인을 예뻐해 주는 가족일 뿐이다. 그 사실을 문득 알게 될 때마다 행복해지고 슬퍼진다. 


아마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3킬로 남짓인 작은 털 복숭이가, 내가 집에 돌아갈 이유이며 유일한 위로의 대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에게 받는 사랑과 위로와는 결이 다른, 따뜻한 동물의 온기를 오래오래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고 매순간 소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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