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씨는 월미도 신혼여행의 말대로의 삶을 살았다.
시댁 문제로 혜옥씨를 힘들게 하지 않았고 호강시켜 주지도 못했다.
열심히 살았다. 새벽 별을 보며 대문을 열고 나섰고 밤공기를 맡으며 들어왔다.
갑천씨는 남매가 잠든 사이에 나갔다가 잠든 후에 들어왔다.
그래도 아주 가끔 남매와 만날 수 있는 때면 갑천씨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식사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 상에 둘러앉아 밥 먹을 시간도 잘 없었다. 남매의 수다를 반찬 삼았고 재롱으로 후식을 먹었다. 혹여라도 바깥에서 묻혀온 냄새들에 남매가 코를 틀어막고 멀어질 새라, 갑천씨는 하루에 두 번씩 몸을 씻었다. 머리를 박박 감고 몸 구석구석을 닦아도 갑천씨 코에서는 자꾸만 가시지 않는 냄새가 맡아졌다.
갑천씨는 안 편한 남편이었다.
혜옥씨의 나물은 싱거웠고 국은 밍밍했다. 일평생 바깥 음식에 길들여진 갑천씨 입맛에 맞지 않았다. 갑천씨는 혜옥씨의 반찬에 불만을 토로했다. 밥에 물을 말아 젓갈 반찬만으로 한 그릇 비우곤 했다.
혜옥씨의 머리에 물이 들었다. 불그스름한 색깔로 염색 파마를 했다. 갑천씨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성질을 냈다. 밖에서 노는 여자처럼 그게 뭐냐고 소리를 질렀다. 혜옥씨는 동네 여자들은 이보다 더 요란한 색깔로 파마를 한다고 대거리를 했다. 갑천씨는 그대로 밥상을 뒤엎었다. 다음날 혜옥씨는 미용원에 가서 원래 머리 색깔로 바꾸었다.
갑천씨는 일 년에 단 이틀만 쉬는 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