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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갑천씨

5. 트럭운전수 갑천씨

by 씬디북클럽



갑천씨는 제법 괜찮은 트럭 운전수였다.

운전하는 일은 적성에 맞았고 즐거웠다. 나만 알고 있는 지름길과 새로운 길을 알게 되는 쾌감이 있었다. 남의 차를 운전하다가 갑천씨의 차를 몰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기아에서 나온 파란색 용달차였다. 짐칸의 뒤쪽 양옆으로 ‘갑천 용달’이라고 하얗게 글자를 새기던 날, 갑천씨는 설레어 잠 못 드는 밤을 난생처음 경험했다.

화물차 주차장에 갑천 용달 이름을 올렸다. 1120 차번호가 적힌 나무판을 걸어놓고 일거리를 기다렸다. 직업 특성상 좋아하던 술을 멀리해야 했다. 담배나 노름과도 가깝지 않았다. 거래처 사장들은 말 잘하고 일 잘하고 호남형 외모의 갑천씨를 좋아했다. 1120 번호판은 일거리를 기다리느라 오래 걸려 있을 틈이 잘 없었다.

갑천 용달은 일 년 365일 중 363일을 달렸다.

채소 과일 생선 목재 가릴 것이 없었다. 용달차에 실을 수 있는 것들이면 무엇이든 실어 날랐다. 천 원짜리 오천 원짜리 만 원짜리 찢어지고 구겨진 지폐들을 모았다. 지폐의 장수에 따라 뿌듯함 또는 미안함을 안고 귀가했다. 여기저기를 돌고 돌아 우리 집으로 들어온 지폐들. 혜옥씨는 그것들을 받아 들며 수고했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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