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강소영 님과의 일문 일답입니다.
Q. 1년을 무사히 보낸 것은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와, 정말 일 년인가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하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지만요. 정말 빠르네요. 수고한 나에게 축하와 위로를 보내고 싶습니다.
많은 면에서 도움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어요.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반겨주지 못했는데도 잘 먹고 잘 지내 준 아이들과 협조해 준 남편에게도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Q. 하트 수집 일기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A. 미리 계획했던 건 전혀 아니었어요. 저의 업무는 연장반 보조 교사예요. 담임교사들에게 아이들의 그날 특이 사항을 전해 듣고 하원 시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일 역시 중요한 업무예요. 귀로 듣고 기억하기엔 자꾸 깜빡해서 앞치마 주머니 넣어 둔 작은 수첩에 기록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놀면서 저에게, 또는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들이 너무 예쁜 때가 많이 있었어요. 혼자 듣고 웃다가, 이걸 기록해 보자 생각해서 그때부터 수첩에 적기 시작했어요.
우리 애들이 어릴 때 블로그에 '마주이야기'라는 주제로 짧은 대화들을 기록한 적이 있어요. 보석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이 무수했는데, 더 많이 기억하지 못해 기록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거든요.
한 달씩 정리하면서 또 하나의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밀린 일기 쓰듯이 앞쪽 메모를 찾아서 몰아서 하느라 좀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무리 지은 저를 칭찬합니다!
Q. 엄마 마음과 교사 마음에서 갈등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1년을 보낸 지금은 어떠신가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요?
A. 엄마 마음과 교사 마음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애들이 예뻐서, 마냥 엄마 마음과 엄마 미소만 장착했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는 주로 만 3-5세 친구들을 만났는데요. 마냥 주는 사랑을 받는 것에만 익숙한 아이들이더라고요. 받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 상황도 있었고요. 원에 왔으면 나이를 떠나 사회생활인데 처음부터 분명히 규칙과 선을 알려주고 지킬 줄 알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라, 안 될 때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동시에 때로는 안겨서 어리광 부릴 수 있는 따스한 품이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욕심이겠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베스트 3을 꼽아 주세요.
A. 음, 힘든 질문이네요. 가장 처음은 첫 출근 날 저에게 "힘을 내요."라고 말해 준 아이의 눈빛과 미소요. 그 아이는 훗날 최고의 빌런이 되었지만, 그 순간 제가 받은 위로와 응원만큼은 잊을 수 없어요.
두 번째는 졸업식(수료식) 날이요. 열심히 연습한 아이들의 무대를 보고 싶으면서도, 안전사고 날까 내내 노심초사했던, 정말 힘들었던 하루였어요. 엄마 마음과 교사 마음이 완벽하게 공존했던 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최근인데요. 어머니의 복직으로 원에서 밤 9시가 넘을 때까지 남아 있던 아이요. 등원도 일찍 했으니 거의 14시간을 원에 있었는데요. 나중에는 2시간 넘게 아이와 둘이 있었어요. 일하는 엄마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건 맞긴 맞는데, 저도 또 일하는 엄마이다 보니 얘가 집에 가야 저도 집에 갈 수 있는데 싶어 아이도 어머님도 막 밉고, 힘들고 속상하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조용히 놀이도 하고 석식도 간식도 잘 먹는 아이를 보면서 여러 마음이 들었어요.
Q. 다시 1년을 재계약하셨는데요. 하트 수집 일기를 또 쓰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A. 지금 근무하는 원에서는 규정상 최대 2년까지만 근무가 가능해요. 지난 1년에 아쉬웠던 점들을 잘 새겨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아이들과도 적응된 만큼 적절한 밀당을 주고받으려 해요.
3월부터 새 수첩을 다시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 기록을 하고는 있는데요. 하트 수집 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저는 또다시 1년을 기록하긴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