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씬디북클럽 Mar 26. 2024

옆모습 찍으시면 안 됩니다

나의 치아 교정 일기 #1 시작



까무룩 잠이 들었다.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연주곡, 145 정도 될까 거의 누운 자세, 로 위 천장엔 눈이 부시지 않은 조명. 두  부릅뜨고 정신 맑게 있기 쉽지 않을 공간 맞네.



한 달에 한 번 치과에 다닌 지  3년이 되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머리숱도 손등 털도 많은 의사 선생님은 언제쯤 끝이 나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길고 지루한 치아 교정 여정의 끝 말이다.









"소영이, 치아 교정해 줘요."


일 년에 두 번 보는 막내 고모는 만날 적마다 얘기했다. 고모 앞에선 입을 벌려 웃기도 밥을 먹기도 부담스러웠다. 딸바보 갑천 씨는 교정 안 해도 예쁘다고만 했다. 그럴 만한 돈이 없다는 말을 객관 잃은  칭찬으로 대신했다.




"그 돈으로 여기에 와 보면 어때?"


알고 지낸 지 10년 넘은 아주머니는 딸들과 뉴질랜드에서 머물고 있었다. 친구 따라 교정 상담을 다녀온 직후였다. 언제 외국에 가서 공부할 기회가 있겠어. 나중에 취직해서 돈 벌어 교정하면 되지. 스물두 살의 고민은 신중했고 결정은 신속했다. 교정에 들 비용으로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탔다.

  



"괘안타, 교정 안 해도 예쁘기만 하다."


이빨괴물이라고 놀리던 남자 친구를 두고 온  어학연수였다. 같은 반 같은 동네 부산오빠의 툭 던지는 말에 덜컥 그 품에 안겨 버렸다. 같은 집 같은 침대에서 살기로 해 버렸다.




"신부님, 어떤 표정이 자신 있으세요?"


자신 있는 표정이라뇨. 없어요. 한 개도 없어요. 돌출된 입은 다물어도 부자연스럽고요. 입 벌리고 자연스럽게 웃으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옆모습은 특 싫으니 절대 찍지 말아 주세요. 그저 눈 동그랗게 뜨고 입가는 미소만 살짝. 그거면 니다. 잘 부탁.




"와이프 지인이니 더 잘해 드릴게요."


딸아이와 다닌 문화센터 수업에서 만난 세 살 많은  교정장치를 끼고 있었다. 치과 의사인 언니 남편은 아 교정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했다. 내 생각에 나는 늙고 늙은 서른한 살이었다.




"괘안타. 교정 안 해도 예쁘기만 하다."


월급쟁이인 나의 남편은 그럴 만한  없다는 말을  통하지 않을 거짓말로 대신했다. NZ에서 했던 말과 토씨 하나 틀림이 없었다. 이 남자 AI였나 봐.




"교정하면 더 이쁠 텐데."


'더'라는 부사에 초점을 맞췄는지 '이쁘다'는 동사에 중심을 두었는지 불명확하다. 나를 아껴주던 두 언니들의 아쉬움 한가득 말들. 두 분 모두 내 나이 즈음에 교정을 했다고 했다. 그냥 말없이 배시시 웃었었다.




"따님보다

어머님이 하셔야겠는데요."


6학년 딸의 교정 상담을 받으러 간 자리. 모의 치아 이력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마스크를 내리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60대 어르신 중에 교정을 하는 분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청소년 비용과 성인 비용을 함께 문의했다. 절대 만만한 비용이 아니었다. 리 형편에.






20대에 못 해서 후회하고,
30대에 못 해서 후회했어.

40대에 안 해서
50대 가서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아.

평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활짝 웃고 싶어.

여보, 나 꼭 하고 싶어.







2020.10.19.


마흔 살 이빨 괴물, 아니 아니 덧니 요정의 치아 교정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