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교정학회는 지난 2013년 치아교정에 대한 대국민 홍보의 일환으로 ‘바른이의 날’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매년 5월 넷째 주 일요일을 ‘바른이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덴탈 아카이브)
올해 '바른이의 날'은 5월 26일이다. 교정 치료와 부정 교합에 대한 바른 인식과 중요성, 올바른 치료법을 홍보하는 행사들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물론 평생 몰랐던 날이고, 어쩌면 영원히 모를 수도 있었을 날이다.
20201019 - 20240318
3년 5개월 1246일간의 여정을 거쳤다.
여러 감정들을 겪었다.
나의 교정과 결정이었고
나의 모든 표정이 되었다.
걱정과 우려
임플란트 할 나이에 뭐 하러 교정 치료를 시작했을까. 딸만 이쁘면 되지 나까지 굳이 시작했을까. 헐, 돈이 얼마야. 이 돈을 다 모으면 우리 가정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쓸 수 있었을 텐데. 내 욕심으로 외벌이 남편에게 너무 큰 짐을 안겨준 건 아닐까....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과정을 마칠 때까지 지속된 감정은 근심 걱정 심려 우려였다.
상실과 자괴감
뭐니 뭐니 해도 상실의 절정은 발치. 멀쩡한 생니를 한두 개도 아니고 네 개씩이나. 마취의 감각과 펜치 같이 생긴 도구가 입 안으로 들어오던 이물감은 여전히 생생하다. 텅 빈자리에서의 피맺힘. 괜찮아질 거야 웬만한 위로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허전함.
고통과 인내
발치 후 고통도 물론이지만, 철사가 굵어질수록 치아와 잇몸을 조여 오는 생경한 아픔도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두 번의 진통과 자연 분만과 모유 수유에 비하면 이 정도는 고통이라고도 할 수 없어,라고 느낌표를 찍기에는 주저함이 있다.
기다림, 또 기다림
비나이다 비나이다 장원 급제나 아들 점지를 바라는 치성이 이러할까. 발치와 장치 착용 이후에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언제 끝나나,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끝을 기약하는 소식은 감감하기만 했다. 어린 하트 수집가의 표현으로 '이빨 목걸이'는 점점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소심함과 대범함
이를 보이고 사진을 찍는 것은 나의 오랜 콤플렉스였다. 하나 둘 셋 하면 절묘한 타이밍에 입을 꾹 다물었다. 돌출된 입모양은 벌려도 다물어도 보기 싫었다. 하물며 기찻길을 달리는 교정 치아는 오죽하랴. 마스크 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시대를 만난 것이 다행이고 다행이었다.
기다림의 3년은 성격까지 바뀌게 했을까. 마스크를 내리고 밥도 먹고 빵도 먹고 술도 먹는 배짱을 키웠다. 치아 교정 중인 자체를 아예 눈치채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범까지는 아니어도 소범(!) 정도의 활짝 미소지음을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
마침내 성취감
밤새워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명문대에 가는 것이 이보다 더 좋...을 건 말할 것도 없겠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성취감과 만족감을 3년이 지난봄의 어느 날 온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감
신체의 일부처럼 함께 해온 교정 장치를 빼자마자 한 일은 활짝, 아니 화알짝 이를 드러내고 찍은 셀카. 얼마나 꿈꿔오던 순간인가. 나이가 있어서, 기본 치아 골격이 있어서, 결과물(!)이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원장님의 말씀은 이미 한 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빠져나간 지 오래. 가지런히 고른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이미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지 오래.
교정 장치 제거 이후에도 유지 장치를 계속 착용해야 한다. 초반 6개월은 음식 섭취할 때를 제외하고 계속 착용해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게 아니었다. 끝은 없다.
치아 교정 하나로 완벽한 미모의 끝판왕에 오르지 못했다. 아니, 오를 생각도 애초부터 없었다. 다시 찾은,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자신감 있는 미소, 그리고 그 안의 마음을 오래오래 가꾸고 다듬어 나갈 또 다른 긴 여정이 남았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마주할 그 어떤 일들의 끝에는 결국 웃을 수 있는, 웃어넘길 수 있는 다정을 가꿔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