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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Jun 29. 2022

세상 모든 지영 씨를 응원합니다.

원서북클럽 6월 Kim Jiyoung, Born 1982

원서북클럽 6월

<Kim Jiyoung, Born 1982> Cho Nam Joo


선정 이유


작년에 한글책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책이면서도 호불호가 있는 책, 한 번 펼치면 계속 읽게 되고 덮고 나면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책. 원서로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상반기 원서북클럽 선정 도서 가운데, 유일하게 한글책이 원작인 책이기도 합니다. 여러 나라의 지영 씨들과 함께 읽어 보아요.


 


완독 소감 (또는 지영 씨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좀 버거워서인지 따라가기가 벅찼지만 그래도 뭐랄까. 그 억울함이 단전에서부터 올라온 기분이었다. 남자들도 힘든 세상이지만 여자의 희생을 당연히 봤던 세상. 제발 우리 딸이 어른이 될 때는 ‘된장녀’ 같은 어처구니없는 말을 쓰는 꼰대 같은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한글책으로 읽었을 때는 눈에 안 들어왔던 인물들이 보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무너지지 않게 지영이와 지영이 엄마를 잡아줬던 3명이다. 낙태 수술 후 위로해줬던 의사 선생님, 지영이의 억울함을 알아주고 사과한 초등학교 선생님, 지영이를 미친놈에게서 구해준 버스에서 만난 아줌마까지.. 작가가 책을 쓰면서 사전조사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육아휴직 1년 외에는 쉼 없이 일한 게 억울하다고 종종 생각했는데 김지영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애써 피해왔던 책, 영화예요. 선정도서 명단을 보고도 그다지 반갑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좀 담담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여성들이 정말 많이 희생하고 헌신하고 심지어 억울한 면들이 많은 것에 공감해요. 저도 제가 외출할 경우 남편의 식사를 걱정하고 준비하지만, 남편이 외출할 때 제 식사를 걱정은 하지만 준비하지는 않거든요. 처음엔 남편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왜 내가 부탁하지도 않은 식사를 애써 준비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대부분의 경우 여성들이 남성에게, 가족들에게 헌신하고 희생하고 심지어 억울함을 당하기도 해서 정말 속이 상해요. 남성이, 심지어 다른 여성들이 변화되어야 하는 건 그들의 몫이고, 저는 제가 먼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표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명절엔 친정 부모님도 나와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퇴근 후에는 나도 저녁 식사 준비보다 휴식 시간을 먼저 가지겠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려고요. 내 행복, 내 일상은 내가 찾아야지 누군가가 찾아주는 게 아니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김지영 씨를 통해 깨닫게 되었어요.                              

원서로 읽어서 그런 걸까? 느낌이 달랐다. 영어가  막히는 부분은 한글판을 뒤적이며 다시 읽어 내려갔다.     

바바리맨 등장과 함께 , 나도 겪었던 바바리맨의 추억? 내지는 난리 소동이 났던걸  떠올리며

통쾌함을 느끼고, 하지만 학교의 처리 과정에 분노를 느꼈다. 왜 반성문을 써야 했는지..

그럼 반성문에 뭐라고 쓰지? 바바리맨을 칭찬해주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이렇게 쓰나?     

     

오미숙 여사가 김지영이 어렸을 때 방 한편에 세계지도를 걸어놓고, 이것 봐라 세상은 이리 넓다. 우리는 이 작은 점안에서 사는 거니 , 이곳을 다 가보지는 못해도 넓은 세상을 보게 한 대목에서는 아들 침대 머리맡에 세계지도를 붙여 놓은 생각이 났다. 세상이 이렇게 넓어. 엄마는 죽기 전에 이곳들은 다 보고 죽을 거야. 너도 이 세상을 봐... 네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봐. 아들과 함께 세계지도 여기저기에 표시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미숙 여사처럼 나 또한 그랬구나. 아마 지영이 엄마도 자신이 원하던 것을 자식들만큼은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길 바랐을 것이다.     


넌 그냥 얌전히 있다가 시집이나 가라는 지영이 아빠의 말씀에. 분노가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얌전히 있으면 누가 데려가기나 하나요? 왜 여자들은 그냥 집에서 살림만 해야 한다고... 분노 게이지 100까지 올라가게 하는 문장! 와 원서로 읽으니 더 느낌이 퐉퐉! 나였다면, 아빠한테 대들었을 텐데...     

난. 오늘의 나와 82년생 김지영 너에게 네 잎 클로버를 선사한다. 애썼고 잘해왔고 기특하다고

토닥토닥...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1. 내가 무뎠던 건가, 아님 여성 차별을 덜 당했던 건가.

2.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3. 어떤 상황이든 직접 겪지 않은 이상 100% 이해할 수 없다. 이 점만 인정하면 다툴 일이 없을 텐데..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 대결로 싸울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서로에게 필요한 건 인정. 그리고 존중. 의식적으로 피했던 책, 영화였어요. 영화든 책이든 여운이 길게 남는 편이라 오랜 기간 맘이 무거울까 지레 겁을 먹었다고나 할까요. 읽고 나니,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9년생 저와도 많이 겹치는 같은 시대의 김지영의 일상에서 반가움을 자주 느꼈네요. 아, 맞다. 나도 그랬어~ 이런 추억팔이? 가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반면, 굳이 그렇게까지 느낄 일인가? 싶은 것들도 좀 있었고요. 그래서, 난 무딘 건가, 아님 나쁜 기억이 없음에 감사해야 하나 살짝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크게 터득한 건, (직접 겪어보지 않고 함부로 논하지 말자. 겪었다고 해도 경험의 차이는 다 다르다)인 거 같아요. 공감할 순 있지만 100% 이해할 순 없다...

여성도 힘들고 남성도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더 힘든지 그루를 거 같아 맘이 안 좋았던 경우가 자주 있었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는(맘충, 한남, 노 키즈존,.  뭐 그런 모든 것들이..) 늘 마음을 무겁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소설도 처음 논란이 많다는 얘기에 (편 가르기 소설인가)하고 밀어버렸던 거 같아요.  지금도 100% 김지영이 이해되진 않아요.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살면서 큰아이 23살 작은아이 20살이 된 지금, 뜨끈하게 열이 오르고 밤새 토한 아이를 업고 출근해 한편에 아이 누여놓고 반나절 보내고야 조퇴하고 병원으로 달린 기억, 일 년이면 삼분의 일은 병원 데리고 다닌 거 같아요. 토요일도 출근하던 시절, 퇴근해 와서 점심을 차리던 기억들. 그땐 왜 그렇게 다 내 일이라 여겼는지. 숨찼고 외로웠었지요.

그만둘까를 십만 번도 더 생각하고 한잠 못 자고 출근했던 기억들까지 더디 읽었지만 생생히 살아나서 괴롭기도 했습니다.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았나 싶네요. 두 딸이 크고 보니 이 아이들이 가정을 이루면 내가 건강해서 아이를 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때 가면 못 본다고 뒤로 나자빠질지는 모르지만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더듬거리며 읽었네. 좌절해도 앞으로 나가고 또 힘을 냈던 많은 여성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조금씩 분위기도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저도 일부러 피했던 책인데 원서로 읽으면서 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너무나 현실들만 모아놓고 서술하고 있어 읽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과 겹쳐 본다면 과연 난 정말 이 정도로 앞이 일도 보이지 않는 삶 속에 있냐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아니오 이다. 가뭄 속에도 풀은 자라고 그 안에서 웃음은 있고 기회는 있다고 힘주어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너무 어두워지고 싶진 않다가 내 생각이다.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 내 주변이 그렇고 변화하는데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하더라고 내가 조금씩 달라진다면.. 주변의 잘못된 환경만 탓하기엔 오늘의 내 시간이 지나가는 걸 그냥 볼 수만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김지영의 세상에는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르고 그러려니 살았다. 7살까지 외동으로 컸던 나는 '아들을 빨리 더 낳아야지'라는 말을 엄마와 함께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그것이 내 존재에 대한 비하임을 깨닫지 못하고 살았고 엄마는 결국 늦둥이 아들을 낳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4학년 때까지 체육시간에 남자아이들은 축구나 농구를, 여자아이들은 화단을 가꾸는 일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우리는 왜 축구 안 해?'라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는 줄 알고 컸다. 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여자라 좋은 점도 많았다. 교복이 치마라 여자들은 오리걸음을 하지 않았고 엎드려뻗쳐를 하지 않았다. 그것이 치마를 입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얻은 특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성 비율이 월등히 많은 직업군에서 일했다. 거래처 사장님들은 자주 반말을 했고 쉽게 화를 냈다. 하는 일의 질과 양에 비해 월급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남자 직원이었어도 저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결국은 이 직업을 택한 우리를 탓하는 것으로 늘 끝이 났다.  

   

이 책이 남녀 관계에 있어 더 큰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더 공감하기 위해, 포용하기 위해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 내 주변에는 이 책 내용에 대해 분노한 사람도 있고 다 읽자마자 누나에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한쪽의 억울한 이야기만 듣는 것이라 모두가 수긍하는 건 힘들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그랬었다고, 좀 힘들었다고, 누군가 대신 이야기해 주니 속이 후련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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