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0칼로리

주말부부일기 #10 - 제주 먹부림

by 씬디북클럽




한라산 윗세오름 ('새'인지 '세'인지 헷갈려서 확인하며 쓰게 된다. 매번 틀린다.) 대피소의 문을 열었다. 한증막 사우나 같다. 뿌연 안개도 아닌 구름도 아닌 수증기가 가득. 컵라면 또는 발열음식 또는 삼각김밥 또는 귤. 모든 등산객들의 메뉴는 대동소이했다. 꼬들한 면발의 참깨라면과 떡갈비 삼각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냠냠 쩝쩝 우적우적.



한라산에 다녀왔으면 한라산 소주를 마셔야 하는 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어쩐 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마시고 싶었고 마셔야만 할 것 같았다. 김 한 장 위에 초밥을 올리고 제철 맞은 대방어 한 점을 올리고 고추냉이를 올리고 간장에 살짝 찍어서 먹으라고, 주방장님이 시범을 보이며 건네주셨다. 어라? 분명 입에 넣었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이상하다, 한 번 더 먹어봐야겠다. 고추냉이는 눈물이 찡하도록 가득.




주량을 묻는 질문에 '소주는 1병 반 맥주는 무제한입니다'라고 대답을 할 수 있었던 나의 호시절은 안녕. 한라산 소주 딱 1/2 잔(자존심 상하지만 '병'이 아닌 '잔' 맞다.)을 마셨다. 대신 대방어를 마셨다.




체크인하면 준 생맥주 두 잔 쿠폰을 고이 챙겼다. 테이크아웃 치킨까지 함께 받아들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12층 라운지 바에까지 닿겠네. 맛있다 맛있어. 방금 전까지 대방어회로 배가 부르다고 했던 그대 그리고 나, 순 거짓말쟁이들.





혹시나 싶어 편의점 들렀을 때 하나 챙긴 제주맥주 한 캔. 역시나 나이스 초이스. 챙겨 온 책을 읽으며 한 모금 마시며 웃으며 울컥하며. 제주도의 푸른밤은 짧고도 짧기만 하다.





우영우 드라마의 모든 회를 세 번 이상씩 시청했다. 그중 제주도에 꼭 가고 싶게 만들었던 13~14화. 행운국수도 행복국수도 아니지만 하영고기국숫집의 고기국수는 이른 아침 해장으로 딱 좋았다.




제주도에 가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제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꼭 마셔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어도 괜찮다. 6천 원대로 즐기는 커피 두 잔과 베이글, 좋다 좋다 딱 좋다.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맛있는 먹거리들이 많이 보였다. 우도땅콩라테와 마음샌드, 전복죽과 옥돔구이, 해물뚝배기와 돔베고기, 그리고 다.. 다.. 다금바리는 다음에 꼭 돈 많이 벌어서 먹으러 올게. 그때까지 잘 있어.




제주도의 모든 먹거리들은 촘말로 곱고 몬트락 허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