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회 때 내게 제일 어려운 경기는 짝꿍과 발을 묶고 뛰는 것이었다. 뛰기 전 '하나, 둘' 구호에 맞춰 뛰자 해놓고 서로 발이 앞섰던 우리는 이내 스텝이 꼬여 고꾸라졌다. 발 하나 제대로 못 맞추는 짝꿍이랑 뛸 바엔 그놈의 끈을 쥐고 질질 끄는 게 낫겠다 싶었다.
연애에 빠져 제 앞가림도 못하던 시절 어쭙잖은 연애 조언을 한답시고 후배에게 네 인생 앞에 남자를 두지 말라고 했다. 사실 까먹고 있었는데 내가 헤어지고 정신 못 차릴 때 그 후배에게서 그 말이 돌아왔다. 나는 그런 말을 해놓고 남자를 내 온 생 앞에 두어 그가 사라지고 나만 남았을 때 길 잃은 양처럼 헤맸다.
연애는 누굴 앞세워 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인데 가끔 발맞추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내가 앞서 가려거든 나를 불러 세우고 너를 앞서 세우려 들면 한 발짝 네가 기다려주라. 이제는 발 묶고 뛰기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