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득

사고 싶다

by Boram Lee

괜스레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는 무언가를 사고 싶다. 값비싼 것이 아니어도 좋다. 무언가를 사서 가지고 싶다. 나쁜 습관이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내 손은 또 뭘 사고 있다. 이런 형태의 소비는 서비스도 아닌 재화에서 이루어진다. 서비스는 영구적으로 소유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돈은 많은 걸 해결해준다. 돈으로 좌지우지되지 않은 것들로 인해 마음이 부서질 때 돈을 써서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손에 넣는 그 잠깐의 기쁨이 아마 이런 일련의 소비행태를 자아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뼈 빠지게 일하는 걸까. 마음에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소비로 채우려는 심산으로.


한국에서는 쇼핑을 많이 했다. 내가 백화점 코앞에 있는 회사에 다닌 건 나의 몹쓸 소비 행태 형성에 한몫했다. 소셜 커머스가 유행하며 핸드폰으로도 엄청 많이 샀다. 여기선 직접 무엇을 사려면 수고스럽게 운전해 몇 마일 떨어진 곳을 가야 하니 쇼핑도 이전처럼 안 한다. 온라인 쇼핑은 그냥 잘 안 한다. 온갖 인종이 사는 나라이니 직접 입어보고 신어보지 않으면 사이즈가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외치셨지만 나는 무소유의 삶은 상상도 하기 싫다. 나 스스로를 너무 사랑하고 내 위주로 생각하고 좋은 것은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삶은 너무 무의미할 것 같다. 모든 것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들이 내 삶에 늘 친구처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든 것을 덜어내고 무소유로 살기엔 나는 욕심이 너무 많다.


이 세상엔 내 힘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나 같은 욕심쟁이는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작은 사치라도 부리며 그 빈 마음 채우는 것이 죄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죄인처럼 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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