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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ug 25. 2016

끝까지 사랑하면 그 끝에 사랑이 있을까?

나는 오만한 사랑을 했다. 내가 깨지 않는 이상 그것은 깨지지 않는 성질의 것인 줄 알았다. 항상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게도 우리 사랑의 문을 열고 제 발로 나갈 너만의 열쇠가 있었다. 네가 '헤어지자'는 말만 달랑 남기고 그 문을 열고 퇴장할 때에 나는 억울해 눈물이 다 났다. 네가 홀로 이별을 준비할 때에 나는 천진한 얼굴로 이별의 카드를 숨기고 있던 너를 만나 시시덕거리고 입을 맞췄다. 그 가식의 시간들 속에 나를 밀어 넣고 혼자 구경했을 너를 나는 지독하게 저주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나는 새로운 사랑의 문 앞에서 새 열쇠를 쥐고 서성인다. 어떠한 문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친절히 가르쳐 주는 이 하나 없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그때 깨닫지 못했으면 나는 지금 덜 행복할지 모른다고. 이제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알기에 지금 내 앞의 것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니까 끝까지 더 많이 사랑할 작정이다. 그때의 오만함으로 너를 조금 덜 사랑해도 네가 더 사랑해 줄 것이라는 바보 같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이야 끝까지 사랑하면 그 끝에 사랑이 있을까? 나는 이렇게 또 바라고 바란다. 그 답은 지금 너와 찾아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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