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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Oct 13. 2016

집착

잡을 집執 붙을 착着
[명사]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옛날 영어 과외 선생님은 좋아하는 단어(아니 매력적인 단어였나?)로 Obsession을 꼽았다. 그때에는 뭔가 스토커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단어가 뭐가 좋나 싶었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솔직한 단어인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 그 사람을 만지고 싶고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고 끝내는 갖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무조건적으로 입에 갖다 댄다거나 손에 쥐고 놓지 않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소유의 개념을 알지 못하는 아이는 그것의 주인이 자신임에도 그것을 먹어 체화하거나 물리적으로 잡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조금 더 성숙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교육받는다. 어른들의 사랑은 으레 서로의 세계를 탐닉하는 동시에 그 세계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가 더해진다. 붙잡고 갖고 싶지만 때로는 서로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하고 놓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내내 외로운 것이 아닐까. 핸드폰 따위는 너의 체온과 체취까지 대신해주지 못한다.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의 정보만 제공해준다. 물론 그마저도 편의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다. 


솔직하게 네 옆에 있고 싶다고 그리고 네 손을 잡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내내 그리워만 했던 기억들이, 어른들의 연애는 그래야만 한다고 위로한 기억이 가엾어지는 날이다. 다음에는 더 솔직해져야지. 그냥 열심을 다해야지. 유치하게 꼭 붙잡고 있어야지. 사랑이 원래 유치한 것 아닌가? 


오늘에서야 선생님은 왜 Obsession이란 단어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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