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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Oct 11. 2016

슬픔에 대하여

어떤 슬픔은 눈을 시리게 한다. 시린 눈은 곧잘 눈물방울을 만들어 낸다. 눈으로 전해 오는 슬픔은 그래서 대부분 축축했다.


어떤 슬픔은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코끝에 슬픔의 요정 같은 것이 있어 내 코를 비틀어대는 것은 아닐까. 찌릿하게 전해 오는 코끝의 슬픔은 흡사 겨울날 코끝에 걸리는 차가운 바람 같기도 했다.


그래서 슬픔은 차갑고 축축한 것으로 각인되었다.  


'슬픔'이란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과 '픔'의 생김새가 매우 비슷해 흡사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든 슬픔에는 어떤 형태로든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슬픔'이란 슬픈 단어마저도 서로 껴안고 위로하고 있는데 나와 너의 슬픔도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슬퍼지면 술을 퍼마셨다. 술기운이 주는 따뜻함으로 슬픔의 축축함과 차가움을 상쇄해보고자 했다. 그럼 아주 잠시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고 보니 '슬픔'과 '술품'은 닮았다. '술품'도 단어의 생김새가 흡사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술도 혼자 마시면 재미가 없지. 차갑고 축축한 슬픔이 나를 물들일 때 내 곁에 가만히 앉아 내 술잔을 채워줄 이만 있으면 조금 덜 슬플 것 같다. 나는 오늘도 더 슬퍼지려 하기 전에 차갑고 축축한 슬픔을 술처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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