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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an 06. 2017

새해

딩동 딩동. 아침부터 핸드폰이 시끄럽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한국은 벌써 새해가 되었는지 새해 안부 인사가 한 다발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제 새해인가 보다.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카운트다운도 하지 않았고 어쩌다 보니 떡국도 챙겨 먹지 못했다. 나이가 차니 인생에 리셋하고 싶은 것도 없거니와 새해엔 특별히 대박이 났으면 하는 요행을 굳이 부리지 않는다. 나이가 한 살 더 먹었다고 그리 슬프지도 않다. 그저 새해라고 안부를 물어 오는 이들이 반갑고 기특할 따름이다.


새해 안부를 물어오는 이들 중 누가 새해 계획이 무엇이냐 묻길래 본래 계획하지 않고 살기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인 새해 계획들 속에 바로 지난해의 계획에 대한 성찰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연초를 채 벗어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계획들. 퇴고 과정 없이 또 새해를 맞아 쏟아내는 계획과 바람들이 어느 신에게 닿아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낼지 생각해 본다.


살면서 보니 새 것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었다. 헌 해 속에 나는 충분히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 기억들로 새로운 오늘을 살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다. 하루만 지나도 헌 것이 돼버리는 시간의 야속함이야 물어 뭣하겠는가. 


누가 시간을 만들고 달력을 만들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만들고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아마도 '다시'를 말하고 싶었지 싶다. 새해가 되어 다시 무엇을 계획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만 그 주체인 나는 새해가 되었다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나는 어제도 나였고 오늘도 그 나다. 내일도 나는 나일 것이다.  

새해를 맞아 들뜬 이들의 마음을 망쳐놓으려는 심보는 아니다. 단지 어제에 살고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 나에게 꼭 '다시'라는 말이 필요 없이도 그 하루하루가 충만하기를 살아있음에 감사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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