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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Jan 25. 2017

인생은 결국 함께

집안에 새 생명이 태어났다. 여동생의 볼록한 배 속에서 간혹 꿈틀거림으로 생명체임을 알리던 조카가 세상 밖으로 나와 힘차게 울었다. 머리카락이 새카맣게 올라와 있고 기특하게 눈, 코, 입, 손가락, 발가락도 모두 제자리에 잘 붙어있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고 우는 일뿐이지만 그의 단순한 일상을 탓하는 이 하나 없다. 그저 계속하여 숨 쉬고 가끔씩 보여주는 배냇짓이 온 가족의 기쁨과 환희다. 우리 모두의 신경은 다 갓난아기에게 향하고 틈만 나면 도울 일이 없나 들여다 보기 일쑤다.


조금 있으면 이 단순한 사이클을 벗어나 아이는 때에 맞춰 기고 걷고 말을 떼고 학교를 갈 것이다. 인생의 한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수많은 조력자들이 곁에서 도울 것이다. 이 조그마한 생명이 언젠가 자라 사랑하고 때때로 번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만 그 모든 인생의 챕터에 함께 할 이들이 있을 것을 알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돌아보니 나의 인생도 그랬다. 절망 속에서도 신이 숨겨놓은 수많은 손길이 곳곳에서 나의 인생을 지탱해 주었고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말은 죽을 때나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태어날 때부터 엄마와 연결된 질긴 탯줄에 꼭 의지하여 나와 계속하여 누군가와 함께한다. 그러다 죽을 때에나 혼자 이 세상을 등지지 않는가.


나와 이 작은 아기의 앞으로의 생에 날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적당한 그 모든 때에 함께할 인연들이 몹시 고마워졌다. '인생은 결국 함께'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든든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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