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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17. 2016

미국에서 회사 다니기

내 동생은 1.5세인 듯 2세 같은 그런 애다. 태어나기는 미국에서 태어나 2세이지만 자라기를 한국에서 자라고 왔다 갔다 하느라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아무튼 한국말도 잘 하고 영어도 잘 한다. 두 나라에서 산 연차가 반반씩이어서  양국의 문화가 적절히 뒤섞여 있다.


요즘 나의 소소한 재미는 내 동생 회사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한국계 회사지만 미국인이 대다수인 글로벌 회사에 다니는 내 동생은 자의 아닌 타의로 박쥐 상태에 처해있다. (한국에서 그 회사는 매우 매우 보수적인 그룹으로 유명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주재원들은 그들끼리 모였을 때 미국인 직원들을 흉보고 미국인 직원들은 그들끼리 모였을 때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미국에서는 직급 체계가 회사마다 다르고 복잡한 편이다. 한국에서는 과장쯤으로 해석되는 매니저급이 중책을 맡고 있을 수도 있다. 미국 회사로부터 비즈니스 관련 문의를 받으면 직급을 보고 한국 주재원들은 일개 영업사원으로 생각하여 무시하는데 알고 보니 매우 큰 비즈니스 기회였다거나 미국에서는 금기시되는 종교, 나이 등을 무례하게 물어본다거나. 또는 미국에서는 몸이 아프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것을 걱정하여 스스로 출근하지 않거나 동료들이 적극 권장하여 조퇴하는 것이 당연한데 주재원들은 이러한 직원을 뺀질거린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닌 나에게 기본적인 처세술을 배운 내 동생은 두 그룹 사이에서 적절히 처신하며 지내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질문이 많다.


"전무님이랑 다 나보다 높은 사람들이랑 한 차 타고 가면 나 어디 앉아야 해? 나 전무님이 뒷자리 차 문 열어주길래 조수석 뒷자리 탔는데?"


-"헐. 거기가 제일 상석인데."


"메일 보낼 때 직급 순서로 나열해야 하는 거야? 미국 직원들은 안 그러던데."


-"응. 야 나 회사 다닐 때는 영어로 메일 써도 사장님 이름 뒤에는 SJN, 상무님은 SMN, 이사님은 ESN 이렇게 다 붙였어. 완전 웃기지?"


"What?"


아무튼 그 회사에서는 서로를 이해해보고자 정기적으로 한국문화 클래스와 미국 문화 클래스가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내 동생은 그때마다 미국 직원들로부터 정말이냐는 확인 작업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조금은 효과가 있는지 이제 미국 직원들은 자기 커피만 달랑 사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도 너만 입이냐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많이 받았는지 아니면 한국문화 클래스의 힘인지 커피를 마시고 돌아 올 때 그들 손에는 다른 팀원들의 커피잔들이 함께 딸려오고 있다고 한다.


사람 사는 풍경은 참 재밌다. 어디에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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