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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r 01. 2016

미안하다는 그 말

엘튼 존은 노래했다.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라고. 어렸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지만 나이가 먹고 보니 이제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고 사과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물론 잘못하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우리 모두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고 또 받으니까.

빗나간 인연과는 연락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사람 인연은 왜 이리 질긴지 서로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나는 긴 연애를 방금 끝냈을 때였고 꼭 그럴 때 주위에서 하는 값싼 충고인 남자를 남자로 잊어 보고자 했다. 고맙게도 그는 나를 참 좋아해줬고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여과 없이 보여줬다.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고 나는 지레 겁을 먹고 한 발 물러섰다.

시간이 지나  그때 일을 기억하며  그때 네가 나에게 조금 더 천천히 왔더라면 우리 이야기의 결말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투정하자 너는 수년이 지난 일로 미안하다고 했다. 자기는 자기 방식대로 나에게 왔다고. 그리고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너를 만나서 미안하다고 수년이 지나 사과했다.

근래 받은 사과 중 가장 기분 좋은 사과였고 근래 한 사과 중 가장 뿌듯한 사과였다. 응팔의 정환 아빠의 말마따나 사과보다 한 차원 높은 오과를 받은 기분이다. 누가 보면 죽을 죄라도 졌나 싶겠지만  그때는 그 사소한 것들이 너의 아픔이고 나의 아픔이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틀렸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미안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 잘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너도 나도 이렇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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