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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pr 22. 2016

너 따위가

아주 사소하지만 그 영향이 작지만은 않은 일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서류에 손을 베이는 것만큼 서러웠던 적이 없다. 내가 힘주면 구겨버릴 수도 아주 찢어버릴 수도 있는 그 종이 쪼가리가 나를 베었을 때 나는 뭐가 그리 서글펐는지 눈물이 다 났다. 아무것도 아닌 종이 따위가 내 손에 생채기를 내고 나를 울리다니.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나를 뒤흔들어 놓을 때 나는 울었다. 그것은 그 존재의 의미가 커서가 아니라 그 하찮은 것에 내가 이렇게 심하게 요동침이 참을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원래 싸움엔 소질이 없다. 아마 싸움이 나도 내가 분해서 내가 다치고 내가 멍들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이기고 지는 상대는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었는데 악착같이 지지 않으려고 했다. 청렴결백해야 하는 종교인도, 법조인도 아닌데 때로는 나 스스로를 좀 풀어놓고 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별로 빡세게 살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며 사소한 것들에 다치지 않으며 마음이 동하는 데로 살면 그게 제일일 것 같다.


똑똑해서 답은 다 알고 있는데 실천이 잘 안 되는 게 제일 문제다. 아 분해! 내가 이렇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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