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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r 18. 2016

왼손잡이

나는 왼손잡이다. 왜 그렇게 돼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글씨 쓰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용케 고쳐 주셔서 나는 따지고 보면 양손잡이가 되었다. 글씨 쓰는 것도 왼손잡이었다면 내 왼손은 항상 때 구정물로 물들었을지 모르겠다. 왼손잡이는 자기가 쓴 글을 손으로 훑으며 쓰니까.


다른 집 같으면 왼손잡이면 손을 묶어서라도 고쳤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부당한 처우를 당하지는 않았다. 아마 나의 증조할아버지가 왼손잡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왼손잡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 집에서 나만 유독 좀 아티스틱한 것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항상 자리에 앉을 때 왼쪽 구석을 선호한다. 왜냐면 내 왼 팔에 누가 걸리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것은 옆사람에 배려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내가 불편해서라고 보는 게 맞다.


나는 국그릇도 왼쪽에 놓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30년이 다 되어 가도록 내 국그릇을 오른쪽에 놓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성을 낸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딸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아줄 거냐고!


나를 낳은 엄마도 내가 왼손잡이인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가 왼손잡이인 것을 알아채릴 때가 아주 가끔 있다. 그러한 사실을 알아줄 때에 감동이란! (이런 건 왼손잡이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겠지?)


사실 이 세상은 왼손잡이에게 조금 불편하게 짜여 있다. 그래도 나는 이 불편함에 잘 적응하여 살고 있다. 나는 사실 나 외에 것들에는 조금 무관심하고 무감각하지만 나도 나와 같이 불편함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디테일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편하게 살고 있지만 나는 그런 특별한 내가 좋다. 사실 내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보다 더한 마음과 몸의 불편을 지닌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들이 something different이 아닌 something special 함으로 스스로를 마주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안' 불편한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 많아졌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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