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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26. 2016

그리고 오늘도 글을 쓴다.

처음으로 글을 잘 썼다고 칭찬받은 적이 언제였을까?


그래 초등학교 때는 몇 번 왜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글짓기 상을 받은 것도 같다. 아마 글을 잘  썼다기보다 글씨가 예뻐 줬을지도 모르겠다. 그 상은 지금 다 어디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에 갔다. 내가 들어간 대학에 가장 커트라인이 높다는 과가 마침 신문방송학과였고 나는 재밌겠다 싶어 그 과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었다. 언론인이 되겠다는 그런 사명감 같은 것은 없었다. 수시면접에서 존경하는 언론인이 누구냐고 묻길래 그나마 아는 손석희를 댄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우습다. 그리고 기사 작성 수업이었나? 교수님은 내가 써온 기사를 보고 바로 이렇게 기사를 써야 된다며 그 강의실에 있던 동급생들에게 내 글을 샘플처럼 돌렸다. 어라? 난 그냥 가르쳐준 데로 리드 쓰고 육하원칙에 맞춰 썼을 뿐이데.


연애편지도 종종 썼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으므로 내가 어떤 간지러운 말들을 썼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랑에 눈이 멀면 다 시인이 되니까  그때에는 제법 봐줄 만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수많은 편지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헤어짐과 동시에 폐기 처분되었거나 현여친에 의해 발각되어 찢겼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연애편지의 운명은 거기까지인 것.


회사에 들어갔다. 딱딱한 업무 메일 속에서 내 개성 찾기란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그래도 원펀치를 날릴 수 있었다. 퇴사 인사 메일에서 나는 세상에는 많은 가치가 있는데 이십 대의 끝자락에 선 저는 지금 '멋'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멋을 찾아 떠나는 나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 어딘가에서 다시 멋지게 만나자고. 어디서 그런 생각이 번쩍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봐도 제법 멋들어진 마지막 인사말이다. 내가 회사에서 몸담았던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봐왔던 퇴사 인사 메일 중 단연 최고인듯싶다. 그래 나는 자뻑이 심하다. 사람들은 끝까지 마음에도 없는 식상한 퇴사 인사를 하고는 했다. 아쉽다느니 정든 곳을 떠나기 힘들다느니. 그러면 왜 퇴사를 하는지.      


그리고 오늘도 글을 쓴다. 혼자 쓰고 혼자 감동하고 그렇게 산다. 댓글의 동향도 살피지만 나는 개썅마이웨이로 사니까 내 글을 까도 괘념치 않는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더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죽으면 내 이름 말고도 글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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