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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r 16. 2016

멀어지기

한국과 멀어졌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뭐 인터넷 세대이니 한국 돌아가는 사정이야 빠삭하고 친구들과도 각종 SNS로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요즘 한국에서 나오는 광고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광고주가 한국에서 나가고 있는 광고들을 보내왔다. 아 요즘엔 이 연예인이 뜨는구나. 아 요즘엔 이런 느낌으로 광고를 찍는구나 하고 지레짐작할 뿐이다.


스팸메일도 줄었다. 아니 나를 비활동 회원이라며 이제 메일을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곳도 있다. 반응 없는 소비자는 필요가 없겠지.


줄임말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루에도 몇 개씩 생겨나는 것 같은 유행어는 좀체 따라가기가 어려워졌다. 다시 한국에 가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뒤쳐질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그들의 낮에 나는 밤을 살고 있고 나의 밤에는 그들의 낮이 한창이다. 다른 땅, 다른 시간 속에 산다는 것은 좀처럼 좁히기 힘든 간극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지난 일요일에는 이 곳 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퇴근길에 햇빛을 받으며 운전을 하게 되었다. 딱 한 시간이 바뀐 것인데 나는 이 시간에 적응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이러한 나의 소소한 경험을 나의 한국 친구들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매일 마주하던 풍경에서 나만 빠지니 나는 이제 그곳들이 그 사람들이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자주 갔던 카페 이름도 몇 번 허공으로 눈알을 굴려야 겨우 생각이 난다. 그러니 연락이 끊긴 사람들의 이름이 생각날 리 만무하다.


헤어진 애인을 잊는 것은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익숙했던 것들을 잊는 것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을 보니 그 의미의 무게가 많이 달랐나 보다. 어렸을 때는 내가 평생 잊지 못할 사람이었으면 했는데 이제는 멀어진 이들에게 자연스레 잊힐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좋았던 날들을 억지로 지우는 일은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힘든 과제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애쓰지 않고서도 잊히는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 양 나는 딱 그만큼의 의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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