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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r 31. 2016

벚꽃놀이 잔혹사

버스커버스커 노래가 불티나게 팔리는 봄이다. 벚꽃 연금이라고 했던가. <벚꽃엔딩> 노래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하지만 벚꽃 개화시기는 참도 애매했다 언제나.


학창 시절엔 학교가 끝나도 학원을 가야 하고 야자도 해야 했다. 무엇보다 내신에 목메는 불쌍한 중고딩들에게 벚꽃축제=중간고사였으므로 꽃놀이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아, 그래 대학만 가면 남친이랑 꼭  벚꽃놀이 가야지.'했다.


대학에 갔더니 무서운 여대생 동지들은 중고딩 때처럼 공부를 했다. 그리고 신의 장난인지 벚꽃축제 기간은 또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다. 아니 아마 남친이 바로 안 생겨서 안갔는지도 모르겠다.


졸업반이 되니 자동적으로 취준생이 되었고 취준생 주제에 무슨 벚꽃놀이인가 싶어 또 벚꽃놀이는 가기가 뭐했다. 지금 백수가 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있는데 꽃놀이는 사치이지 암.


간신히 운 좋게 졸업 전 취업을 했고 업계 특성 상, 매년 벚꽃축제 기간엔 온갖 학회가 이어졌다. 학회 참석은 곧 주말반납을 의미했고 남친이 있었어도 벚꽃축제를 온전히 즐기기가 힘들었다.


이제 여유도 있고 다 좋은데 나는 한국에 없다. 나는 벚꽃이랑 연이 없나 보다.


벚꽃은 일 년을 기다려 정말 잠깐 흐드러지고 금세 사라진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다시 일 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벚꽃처럼 사랑도 타이밍이라는데 온 지천에 제각기 꽃이 피는 이 계절에 나는 누구를 위해 흐드러지려나. 올해에는 너와 내가 또 애매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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