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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06. 2016

뜨거운 것이 좋아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점은 이 나라는 정말 크다는 것이다. 각 주가 한 나라만큼 크기도 하고 다양한 인종이 살며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는 경제 규모가 세계 7위인 만큼 한 나라보다 더 막강한 이코노미 파워를 가진다. 커서 좋은 점도 있지만 뭔가 미국 내 모든 사람들이 이어진 느낌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잠시 중부 깡촌 캔자스 시티에 살 때, 거기서 만난 많은 미국인들이 그 주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는커녕 타주는 구경도 못해 본 채  그곳에 뼈를 묻고 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동부에서 허리케인이다 폭설이다 난리가 나도 서부 사람들은 별로 공감 포인트가 없다. 많은 이들에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추위이기 때문이다.


 땅덩어리가 큰만큼 이 땅에선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런데 얼마 전 교황의 방미도 그렇고 오리건 주의 총기난사 사건도 그렇고 타주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보니 그렇게 익사이팅하거나 분노와 슬픔의 정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 나라는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한국에서의 교황의 방한과 세월호 참사 정도와 비교해 보아도 체감 수준이 현저히 다르다.) 아마 9/11같이 미국민 전체에 대한 공공의 적 탄생 같은 대형 사건이 아니고서야 미국민이 대동 단결할 일은 많이 없을 듯하다. 같은 미국인이지만 각자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인지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내가 이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느끼는 것 중 하나다.


나는 사람을 사귈 때 공감능력을 중요시 여긴다. 동문서답형,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하는 부류의 인간들을 극혐 한다. 지적 수준이 달라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맞장구쳐줄 능력만 된다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본다. 같이 웃고 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다.


한국인들의 어떤 이슈에 대해 쉽게 뜨거워지고 식는 성질을 보고 냄비근성이라며 네거티브하게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다 같이 뜨거워질 줄도 모른다는 점에서 나는 한국사람들의 그런 냄비근성을 높게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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