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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pr 08. 2016

손님만 왕이 아니다

#3_식당

한국에서는 손님은 왕이다. 나도 그래서 좋았다 한국에서 밥 먹기가. 여기 와서 조금 살면서 생각해보니 웃기는 말이다. 미국처럼 팁도 안 내는데 온갖 왕대접을 바라는 소위 진상 손님들의 모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식당에 가서 유심히 살펴보면 

WE RESERVE THE RIGHT TO REFUSE THE SERVICE TO ANYONE.

라는 사인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봤을 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들어보니 미국에서는 술을 많이 마셔서 사고가 나거나 상해를 입으면 손님에게 지나치게 술을 판 업주와 직원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업주 측에서는 손님이 너무 취했다 싶으면 술을 더 이상 팔지 않거나 자제시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꼭 술 문제가 아니더라도 매장 내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거나 수상한 사람들은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받지 않는 것이다. 


나도 여기서 적지 않은 팁을 매번 내며 아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팁은 나와 서버와의 거래라고 여긴다. 나는 그저 잠시 그 또는 그녀의 서비스를 사는 것이다. 왕이 될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을 부릴 권리까지 사는 것이 아니다.


가게에서 친절을 바라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친절한 가게는 뭘 팔아도 손님이 들 것이다. 사람은 마음의 빚을 지면 그 빚을 무의식적으로 갚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먼저 왕같이 교양 있게 행동한다면 그렇게 또 마음의 빚을 진 서버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로 보답할 것이다. 


그럼 서로 왕이 되어 즐겁게 식사할 수 있지 않을까? 손님만 왕이 되려 하지 말고 서로 왕이 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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