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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pr 20. 2016

오르락내리락

#4_언덕

매일 오르던 언덕들이 있다. 신기하게도 내가 다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언덕을 올라야 갈 수 있는 학교들이었다. 


내 덩치보다 큰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 아니 그때에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학교를 오르는 길에 자리한 문방구, 그리고 불량식품을 팔던 분식집 등이 눈에 선하다. 아직도 있을까 그 자리에?


같은 재단이었던 중학교, 고등학교는 조금 가파른 언덕을 타야 했다. 여학교였던 우리 학교는 종아리 두꺼워지는 학교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히 내 종아리는 아직 괜찮은 것 같다.


신의 장난인지 대학교도 지하철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숙대입구역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역은 학교 입구에 없다. '숙대 저 밑에 역'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 언덕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나의 이야기가 가득했던 곳에 지금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 언덕을 내 이야기들로 추억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시 돌아가면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그 언덕에 입힐 생각이다. 덧칠한다고 없어질 언덕도 아니니까. 


내가 다닌 학교가 모두 오름과 내림이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다. 인생사도 오름, 내림이 있는데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온몸으로 이를 배운 것이 아닌가 싶다. 오르락내리락 인생길이 요동쳐도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오르막에선 정상에 다다를 벅찬 마음으로 걷고, 내리막에서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내려오려고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언덕을 오르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언덕을 반갑게 맞을 작정이다.


평지에 있는 학교에 다녔으면 얼마나 심심할뻔했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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