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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Apr 26. 2016

모글리처럼

#5_<정글북>

영화 <정글북>이 흥행몰이 중이다. 다 아는 이야기를 뭣하러 또 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 봤던 <정글북>을 추억하며 관람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갓난아기 때 숲 속에서 발견된 모글리는 늑대 무리 속에서 그 일원으로 자라게 된다. 그 속에서 늑대의 방식으로 생활하며 그들의 생활규범을 따르도록 교육받지만 모글리는 직립보행을 하는 것부터 늑대와는 다르다. 그리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모글리는 도구를 이용할 줄 안다. 가뭄을 맞아 모두 물 웅덩이에서 물을 핥아먹을 때 모글리는 홀로 둥근 열매껍질을 반으로 자른 흡사 '바가지'같은 도구를 이용해 물을 길어 마신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곰에게도 절벽에 달린 벌꿀을 도구를 이용해서 따다 가져다준다.


모글리는 날카로운 이빨도 빠른 발도 적으로부터 나를 숨길 수 있는 보호색이나 독침도 지니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그의 무기이다. 모글리가 도구와 기지를 발휘하여 정글의 무법자 호랑이를 무찔렀을 때의 장면은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모글리를 보고 나는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거나 이를 찬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부족함 속에서 도구를 이용하고 그의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동물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도움을 받는 것에 나는 희망을 엿봤다. 인간은 본래 가진 것이 별로 없지만 그 부족함을 채울 수많은 도구를 발명해왔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처럼 인간의 지능보다 더 뛰어난 것까지도.


요즘 세태를 보면 인간은 도구를 이용하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데 모글리처럼 선한 마음은 점점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을 속이고 해하려고 하는 도구가 늘어나는 것에 나는 슬픔을 느낀다. 인간들의 무리 속에서 계속 그러한 인간만 재생산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 슬프다.


그런 인간들만 자꾸 늘어날 바에야 우리 모두 모글리처럼 정글에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 맹수들이 들끓는 정글이 지금 우리 사회보다 더 안전할지 모른다. 모글리처럼 동물친구들이 우리를 도와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 인간이 동물들에 죄지은 것이 많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슬픔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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