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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May 18. 2016

초대

#7_수정방

아는 오빠에게서 아침 댓바람부터 연락이 왔다. 몇 월 며칠 몇 시 사당역 성민양꼬치로 오라고. 내가 오면 크게 쏘겠다고.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와서 한국으로부터 받는 어디로 나오라는 첫 연락인 듯 싶다.


정말 오면 수정방도 사주겠노라고 했다. 수정방 마셔 본 적은 없지만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중국에서 손꼽히는 명주인 것은 알고 있다. 수정방이 제아무리 비싸 봐야 내가 미국에서 한국 가는 비행기 삯이며 기타 경비가 더 들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좋은 미끼였다. 오늘처럼 친구들이 그리운 날에는 더욱.


나는 기다림을 몸서리치게 싫어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기다린다고 말해주는 것은 또 좋아한다. 왜냐면 나에게는 사랑=보고 싶다이기 때문이다. 친구든 연인이든 누군가를 사무치게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머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가슴이 하는 일이다. 눈 앞에 보고 싶은 누군가를 세우고 마주하는 것은 그만큼 큰 선물이다. 하지만 정작 매일 그 선물을 받는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나도 그걸 몰라 혹여 너를 아프게 하진 않았는지 걱정이다.


이뤄질 수 없는 약속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진 초대였다. 우리의 인생은 뜻하든 뜻하지 않든 많은 초대들로 가득하다. 오늘 벗의 초대처럼 나도 마음이 동하여 그대들을 내 인생에 많이 초대할 테니 그때에 재지 말고 내 인생에 성큼 들어와 주면 좋겠다. 우리 그동안에 쌓인 이야기를 안주삼아 다시 술잔을 기울일 때에 웃으며 만나자. 너도 나도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파이팅!


-보고 싶다는 말로도 부족한 나의 벗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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