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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m Lee Feb 14. 2016

13년 동안 전하지 못한 말

13년 동안 전하지 못한 말을 전했을 때의 그 기분은 어떠할까.


13년 전 그녀는 호떡집 앞에서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자신의 딸에게 얼굴을 찌푸리는 호떡집주인에게 삿대질도 불사하며 성을 냈다고 했다. 남의 귀한 자식한테 왜 성질이냐며, 아이들이 다 그런 거 아니냐고. 그녀는 그 당시의 자신을 쌈닭 같은 여자였다고 했다. 호떡집 아주머니는 그렇게 그 쌈닭 같은 여자한테 한바탕 욕을 듣고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그녀는 미국에 와서도 그 일로 가슴  한편이 아렸다고 했다. 사는 동안 내내 정말 미안했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1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녀는 한국에 도착하고 그  다음날이 되자마자 호떡집에 찾아갔다. 다행히 호떡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호떡을 팔고 있었다. 기억 속에  주인아주머니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13년의 세월을 고려했을 때 비슷한  나이의 아주머니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녀는 변변한 선물은 채 준비하지 못해 작은 돈봉투를 꺼내며  그 때의 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녀 방식의 성의였다. 그녀 입에서 나가지 못하고 13년 동안 머물던 '미안하다'는 그 말을 그 날에서야 그녀는 다 토해냈다.  주인아주머니는  그때 일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때쯤이면 가게를 처음 꾸린 때라 자기가 손님들 대하는 데에 서툴러서 생긴 일일 것이라며 괘념치 말라고 했다. 그 돈도 받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그녀는 돈봉투에서 돈을 꺼내 거기 있던 호떡을 다 싸 달라고 했다. 옅게 웃으며 호떡을 담는 주인댁도 그녀도 13년이라는 세월의 야속함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그 많은 호떡을 영문도 모른 채 주둥이에 쑤셔 넣는 딸년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어 피식 웃음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13년 동안 기억도 나지 않던 호떡이었는데  그때 먹은 호떡 맛이 지금 와서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기가 막혔다고 했다.


이제 그녀의 기억 속에 호떡은 미안함이 아니라 달콤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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